뒷골목 밥집 vs 고급 레스토랑 ‘맛있는 스크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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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日 ‘심야식당’
원작 만화, 드라마 거쳐 영화로 카레-마밥 등 세가지 에피소드 그려
화려한 伊 ‘트립 투 이탈리아’
카프리섬 등 눈부신 풍광에 실제 유명요리로 진수성찬 차려

일본 대 이탈리아의 먹방 대결은 누가 승리할까. 소박하고 훈훈한 음식에 감초 조연으로 맛을 낸 ‘심야식당’(위쪽 사진)과, 화려한 음식과 경치에 영국식 유머까지 삼합을 이룬 ‘트립 투 이탈리아’는 박빙의 승부를 펼친다. 호호호비치 제공
일본 대 이탈리아의 먹방 대결은 누가 승리할까. 소박하고 훈훈한 음식에 감초 조연으로 맛을 낸 ‘심야식당’(위쪽 사진)과, 화려한 음식과 경치에 영국식 유머까지 삼합을 이룬 ‘트립 투 이탈리아’는 박빙의 승부를 펼친다. 호호호비치 제공
‘먹방’(먹는 방송)의 인기가 스크린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18일 개봉하는 ‘심야식당’(12세 이상)과 4일 개봉한 ‘트립 투 이탈리아’(15세 이상)는 둘 다 TV 시리즈를 기반으로 한 음식 영화다. ‘심야식당’은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의 극장판이다. ‘트립 투 이탈리아’는 동명의 BBC 시트콤을 영화로 만든 것. 2010년 방영됐고 같은 해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더 트립’의 속편 격이다.

○ 심야식당: 나란히 앉아 먹고 싶은 음식


원작 만화는 2007년 연재를 시작했고 드라마는 2009년부터 방영되기 시작했다. 원작이 쌓아온 세월을 그대로 이어받은 덕에 영화에선 노포(老鋪)의 손맛이 느껴진다. 도쿄 뒷골목의 밥집 ‘심야식당’에는 매일 밤 사연 있는 사람들이 마스터(고바야시 가오루)의 음식을 찾아 드나든다. 짧은 에피소드 중심인 원작처럼 영화도 나폴리탄 스파게티, 마밥, 카레라이스를 테마로 한 세 에피소드가 심야식당의 사계절을 골고루 보여주며 전개된다. 여기에 가게에 버려진 유골함에 얽힌 미스터리가 영화 전체를 관통한다.

좁은 식당과 그 주변의 골목만을 무대로 하던 드라마와 달리 영화는 한때 마스터가 살았던 식당 2층, 골목 주변의 가게들, 나아가 도쿄 전체로 시야를 넓혔다. 게이바 주인 고스즈(아야타 도시키), 스트리퍼 마릴린(안도 다마에) 등 TV로 익숙해진 감초 조연들과 함께 문어 모양 소시지와 계란말이, 돈지루(돼지고기 된장국) 등을 다시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다만 후쿠시마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아케미(기쿠치 아키코)를 주인공으로 동일본 대지진 이후의 일본을 담은 마지막 에피소드가 ‘그들만의 위로’로 보인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 트립 투 이탈리아: 입 떡 벌어지는 진수성찬

‘심야식당’이 나란히 앉아 먹고 싶은 음식을 보여준다면 ‘트립 투 이탈리아’는 입이 떡 벌어지는 진수성찬과 이탈리아의 눈부신 풍광을 구경시켜 주는 영화다.마이클 윈터보텀 감독이 연출하고 영국의 유명 배우인 스티브 쿠건, 롭 브라이던이 출연했다. 전편 ‘더 트립’에서 영국 북부를 여행했던 이들은 이번에도 영국 주간 옵서버의 의뢰로 이탈리아 전역을 여행하며 고급 레스토랑을 섭렵한다. 영화에는 요트를 타고 들어가야 먹을 수 있는 오징어 요리, 카프리 섬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레스토랑의 라비올리 등 실제 레스토랑의 진짜 메뉴가 등장한다.

이런 진수성찬을 앞에 두고도 두 사람은 ‘아무리 맛있어도 음식은 음식일 뿐’이라고 말하듯 끊임없이 마이클 케인, 알 파치노 등 유명 배우를 흉내 내며 ‘폭풍 수다’를 떤다. 수다 속에는 중년의 위기를 겪는 이들의 심경이 언뜻 드러나지만 그 역시 스쳐 지나갈 뿐이다. 여행이 계속되며 쿠건은 엄마와 간 휴가지가 싫다고 투덜거리는 아들을 달래느라 고생하고, 브라이던은 여자친구와의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소박하고 진득한 ‘심야식당’과 화려하고 산뜻한 ‘트립…’은 일본 음식과 이탈리아 음식만큼이나 다르다. 하지만 끝자락에 이르러 두 영화는 정성 어린 밥 한 끼가 누구에게나 그렇듯, 비슷한 위로를 건넨다. 인생은 내일도 여전히 계속되니, 오늘은 잠시 쉬며 맛있는 음식으로 연료를 채워 넣고 다시 살아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먹방#심야식당#트립 투 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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