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탕탕탕… 35년전 무서운 과거와 마주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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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아픕니다/최유정 글·이홍원 그림/56쪽·1만9800원/꿈교출판사

‘물속으로 던진 돌멩이를 누가 빨리 찾아오나 내기를 하는 중이었습니다. 광식이 형이 던졌고 일학년 재식이가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또 졌습니다. 여섯 번째입니다. 그는 아직 물속에 있는데, 승기는 의기양양 물가로 나가고 있습니다. ‘타타타탕!’ 난데없는 총소리가 들렸습니다. 승기가 물속으로 쓰러졌고, 광식이 형은 산으로 도망치다가, 재식이는 하얀 운동화를 집으려다가 죽었습니다. 그는 물속에서 승기의 핏물을 마시며 숨어 있었습니다. 1980년 5월 24일 그에게 일어난 일입니다. 그리고 35년이 흘렀습니다. 그는 나이 먹고 ‘아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날의 기억을 입으로 말할 수 없습니다. “내 이야기 좀 들어주시오.”(13쪽)라고 말하고 싶지만, “지까짓 것들이 뭘 안다고!”(12쪽)라는 말이 나옵니다.’

80년 광주를 말하는 것은 아직도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작가는 당시 어린 나이에 죽음을 목격한 한 아이의 삶을 우리에게 전합니다.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어서 ‘괴물’이라고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답답한 주인공 ‘아재’의 마음이 두꺼운 그림으로 전달됩니다.

축축하고 무거워 괴물을 피하는 아재에게 꿈처럼 할머니 목소리가 들립니다. “똑바로 봐야 이기제! 암 것도 아니다. 똑바로 보면 암 것도 아니여.”(43쪽) 작가가 우리에게 하는 말입니다. 아재는 비로소 자신의 과거와 정면으로 마주 섰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일 뿐입니다. “볕은 푸진디…, 바람은 차라.”(52쪽)

우리에게 5월은 아직 그렇습니다. 찬바람에 움츠리지 않는 것, 살아있는 사람의 몫입니다.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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