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소설 단골 소재로 쓰여… 최고의 백신은 ‘애정과 신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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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바이러스의 습격

2013년 개봉한 영화 ‘감기’는 치사율 100%인 바이러스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과 무능한 행정력을 다루고 있어 최근 상황과 비슷하다는 평이 나온다. 동아일보DB
2013년 개봉한 영화 ‘감기’는 치사율 100%인 바이러스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과 무능한 행정력을 다루고 있어 최근 상황과 비슷하다는 평이 나온다. 동아일보DB
지금 이 순간 메르스 바이러스로 인한 전염병의 공포는 상상으로 만들어낸 영화나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다. 눈앞에 직면한 현실은 예전에 상상 속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던 수많은 영화와 소설을 떠올리게 한다. 한결같이 끔찍한 절망과 고난을 다룬 이야기. 희망의 단서를 찾을 수 있는 곳은 단 하나, 인간의 이성과 사랑에 대한 신뢰다.

1995년작 ‘아웃브레이크’는 바이러스의 위협만큼 인간의 잘못된 대처가 커다란 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영화다. 아프리카 정글에서 발생한 전염성 출혈열 바이러스를 소재로 삼았다. 현지 조사를 벌이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요원 샘 대니얼스(더스틴 호프먼)가 “미국에 전염될 수 있다”고 경고하지만 상관이 보고를 묵살한다. 이후 감염된 원숭이가 실험용으로 캘리포니아의 한 마을에 실려 온 뒤 바이러스의 공기 감염이 시작되고 주민 대부분이 독감 증세를 보인다. 치료제가 듣지 않을 것을 염려한 대니얼스의 상관은 마을을 폭격해 2600여 명의 주민과 함께 바이러스를 불태워 버리려 한다.

성급한 사필귀정으로 끝맺는 ‘아웃브레이크’에 비해 스티븐 소더버그가 연출한 ‘컨테이젼’(2011년)은 대도시에서 수많은 사람과 필연적으로 함께 사용할 수밖에 없는 공공 기물의 ‘접촉(contagion)’으로 인한 감염 공포를 한층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국내 영화로는 ‘감기’(2013년)가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는 치사율 100%의 바이러스로 인한 재난을 그렸다. 격리 수용된 감염자, 폐쇄된 도시의 주민들이 맞닥뜨린 공포를 생생히 묘사했다.

1998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포르투갈 작가 조제 사라마구가 1995년 발표한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는 ‘눈을 멀게 만드는 전염병’이 번진 도시에 대한 이야기다. 병의 원인이나 전파 경로를 파고들지 않은 채, 격리된 환자들 속에서 용케 시력을 유지한 주인공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처절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나열하며 인간의 이성과 공동체의 도덕률에 대한 독자의 믿음을 몰아세운다. 130여 개 나라에 번역됐으며 2008년 같은 제목의 영화로 제작됐다.

바이러스가 인류를 좀비(살아 움직이는 시체)로 만들어 버린다는 설정도 문학과 영화에 자주 등장한다. 리처드 매드슨의 ‘나는 전설이다’는 핵전쟁 후 창궐한 변종 바이러스로 인류가 좀비로 변한다는 내용. 2007년 윌 스미스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졌다. 김중혁의 ‘좀비들’, 맥스 브룩스의 ‘세계대전 Z’, 마넬 로우레이로의 ‘종말일기 Z’도 바이러스로 인해 인류가 좀비로 변해버린 세상의 모습을 그렸다. ‘세계대전 Z’는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 ‘월드 워 Z’로 2013년 개봉했다.

정유정의 장편소설 ‘28’도 있다. 수도권 인근 도시 ‘화양’에서 발발한 인수공통 전염병에 맞서 시민들이 28일간 사투를 벌이는 내용이다. 증상은 다르지만 환자와 접촉한 의료진에게 전염된다는 점에서 소설 속 질병이 메르스를 연상시킨다.

손택균 sohn@donga.com·김지영 기자
#영화#소설#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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