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군 가혹행위 근절하겠다는 국방장관의 말은 거짓이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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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 근무를 자원한 ‘우수 전투병’이 고참 병사의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수류탄으로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올해 4월 5일 새벽 경계 근무 도중에 수류탄을 터뜨린 A 이병은 평소 선임자인 병장으로부터 상습적인 구타와 욕설에 시달렸고 심지어 “안전핀을 뺀 수류탄을 입에 물게 하겠다”는 협박까지 당했다. A 이병은 자살 시도로 온몸에 수류탄 파편이 수백 개 박히고 왼쪽 발목을 절단해야 하는 중상을 입었지만 한 달여 만에 기적적으로 의식을 회복한 뒤 입을 열고 가혹행위를 폭로했다. 그동안 국방부의 병영 폭력 근절 다짐이 허언(虛言)이었음이 드러났다.

군은 가해자를 초병 폭행 등 혐의로 군 검찰에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이런 자세에는 병영 폭력에 대한 단호한 척결 의지가 느껴지지 않는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8월 윤모 일병 사망 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재발 방지를 다짐했다. 그 후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가 지난해 12월 안전한 병영을 만들기 위한 22개 혁신 과제를 제시했지만 군은 핵심인 옴부즈맨 제도 도입에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군사법원에 일반 장교가 재판관으로 참석하는 심판관 제도도 완전히 폐지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으로 군의 ‘셀프 개혁’이 가능한지에 대한 의구심이 더 증폭되고 있다.

군의 구타와 가혹행위는 일제가 남긴 악습이다. 폭력으로 병사들을 통제하고, 기강을 잡는 폐단이 광복 70주년을 눈앞에 둔 지금도 청산되지 않은 것은 유감스럽다. 윤 일병 사건 때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했던 한 장관의 발언이 무색하다. 자리를 걸었는데도 가혹행위가 근절되지 않은 것이라면 장관이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이다.
#가혹행위#근절#국방장관#거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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