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시험문제지 선택… 성적 대신 적성 찾아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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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괴팅겐 통합학교’교장 초청강연

“학교는 학생을 평가하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학생의 적성을 찾아주는 것이 우선입니다.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학생들이 모여 대화할 수 있도록 소규모 그룹을 만들어주고 학생을 잘 아는 교사가 오랫동안 이를 지켜보면서 진학이냐, 직업교육이냐를 선택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2일 오후 서울시교육청에서는 독일 ‘괴팅겐 통합학교’ 볼프강 포겔젱거 교장(63·사진)의 ‘직업과 진학교육을 통합한 독일의 대안교육’ 강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서울지역 교장 교감 등 교육계 인사 100여 명이 참석해 독일 교육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괴팅겐통합학교는 학생에게 진로를 결정할 충분한 시간을 주고, 자신의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가르치는 대안형 공립학교 모델. 독일은 초등학교 4학년을 마치면 직업학교(하우프트슐레, 레알슐레)나 인문계 교육과정(김나지움) 중 하나를 선택한다. 우리는 흔히 이를 우수한 독일의 조기 진로교육 시스템이라고 평가하는 데 비해 포겔젱거 교장은 “초등학생에게 진로 선택을 강요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괴팅겐통합학교는 직업교육과 인문계 교육과정을 나누지 않고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6년 동안 한 학교에서 생활하면서 진로를 고민한다. 전교생이 1600명으로 매년 350명의 학생이 이 학교에 등록해 6년 동안 진로탐색 과정을 거친다. 같은 반 학생들끼리 소그룹을 지어 춤, 연극, 노래, 스포츠 등 다양한 진로체험 프로그램을 거치도록 운영한다.

이 학교는 입학 후 4년 동안은 시험을 보지 않는다. 그 대신 학기가 끝날 때마다 학생들은 담임교사에게 편지를 보낸다. 학생의 성적을 아는 것보다 학생의 고민을 아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에서다. 그 후엔 시험을 보더라도 자신의 학업 수준에 맞춰 시험문제를 선택할 수 있다. 포겔젱거 교장은 “시험문제를 직접 선택하면서 인생이란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며 “우리가 생각하는 교육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말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괴팅겐#초청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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