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응급의료체계 개선에 의료계-산업계 반응 냉랭,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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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엇박자 정책’에 우려]
응급의료에 예산 쏟아부으면서 한편에선 응급치료 재료비 깎아
양질의 응급의료 이뤄질지 미지수… 결국 환자의 피해로 고스란히 직결

응급의료체계를 설명하는 데 가장 대표적인 지표는 ‘예방가능 사망률’이다. 쉽게 말해 살릴 수 있었음에도 사망에 이르게 된 환자의 비율을 일컫는다. 대형사고나 자연재해 등이 발생했을 때 한국의 예방가능 사망률은 현재 30%가 넘는다. 반면 다른 선진국은 20%가 되지 않는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월 중증외상 및 응급의료 대응체계를 위해 건강보험 지원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상황 전파 및 현장 대응 신속성 제고 △재난거점병원 확대 △재난의료 지원 전문인력 양성 등을 통해 재난의료에 대처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재난거점병원을 현재 20개의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전남 여수 순천, 경남 진주, 경북 경주 포항, 강원 북부, 충남과 전북 사이 등에 15개 정도 추가 지정할 계획이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응급의료체계 개선에 함께 발 벗고 나서야 할 의료계와 산업계 반응은 냉랭하다. 한 응급의료 전문의는 “권역응급의료센터가 늘어난다고 그 안에서 양질의 응급의료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며 “실제 환자가 급박한 상황에서 생명을 구하는 진료를 받으려면 좋은 의료진과 환경이 갖춰져야 하는데 수가는 낮고 허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또 병원계에 따르면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아무리 고가의 장비와 우수한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사고가 대도시에서만 일어나지 않는 이상 지역 센터의 ‘착한 적자’를 메우고 정상적인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복지부가 최근 응급의료에 쓰이는 치료 재료의 가격을 낮추겠다고 발표하면서 ‘엇박자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부실한 응급의료를 강화한다고 정책을 내놓고 예산을 쏟아부으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보험 재정을 관리한다고 응급키트, 응급의료서비스 등이 포함된 재료의 값을 깎는 모순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업체들은 응급골절 수술에 쓰이는 치료 재료의 경우 24시간 응급 배송을 업체가 담당하는데 일방적으로 가격이 깎이면 지금 같은 서비스는 제공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과도한 가격 삭감으로 인해 업계가 인건비나 물류 비용을 줄여야 하는 경우 응급 상황에서의 치료 재료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엇박자가 결국 중증외상이나 응급 환자의 피해로 직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황휘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장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원가를 근거로 의료기기 가격을 정하지는 않는다”며 “치료 재료 단가를 조정하려면 원가뿐 아니라 의료진에 사용법을 교육하는 데 쓰는 교육비,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쓰는 연구개발(R&D) 투자비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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