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유희관이 ‘멘탈갑’인 이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28일 05시 45분


두산의 왼손투수 유희관은 ‘멘탈갑’이다.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으로 마운드에서 묵묵히 자신의 공을 힘껏 던진다. 스포츠동아DB
두산의 왼손투수 유희관은 ‘멘탈갑’이다.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으로 마운드에서 묵묵히 자신의 공을 힘껏 던진다. 스포츠동아DB
■ 공이 느려도…경기에 져도, 난 항상 웃으며 던진다

매사 긍정 마인드…두산 홍보선수 역할도 자청

두산 왼손 에이스 유희관(29)은 항상 웃는 얼굴이다. 마운드에서 타자들과 맞설 때는 그 누구보다 진지한 표정을 짓지만, 그라운드를 벗어나는 순간 유쾌한 수다쟁이로 돌아온다. 두산 김태형 감독도 유희관 얘기를 할 때면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등판 성적이 좋든 나쁘든 “희관이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속칭 ‘멘탈갑’으로 통하는 유희관이라면 위기도 금세 이겨낼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정확한 제구력을 자랑하는 유희관에게는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이 또 하나의 주무기다. 유희관은 12일 잠실 LG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지만,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승수를 챙기지 못했다. 반면 22일 목동 넥센전에서는 6이닝 6실점(5자책)으로 부진하고도 팀이 역전하면서 승리투수가 됐다. 유희관은 “그런 게 야구인 것 같다. 잘 던지는 날 점수가 안 나서 지기도 하지만, 또 내가 점수를 많이 준 날 타자들 덕분에 승리하는 날도 있지 않나. 그래서 서로 고마워할 수 있고, 이래서 팀이 좋은 것 같다”며 웃었다.

이제 유희관은 굳이 느린 구속을 언급할 필요가 없는 KBO 정상급 투수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꼬리표와도 같은 ‘느림의 미학’이라는 수식어 역시 전혀 지겹지 않다고 고개를 젓는다. 그는 “공이 느리다는 말을 아무리 들어도 괜찮다. 오히려 내가 하나의 길을 열었고, 트레이드마크가 생겼다는 생각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이뿐만 아니다. 두산의 ‘홍보 선수’ 역할을 훌륭히 해내기도 한다.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모두 마이크를 잡아봤고, 올 시즌에는 KBO 개막 미디어데이에도 두산 대표로 참석했다. 귀찮아하기는커녕, 스스로 “미디어데이 그랜드슬램에 성공했다”며 어깨를 으쓱할 정도다.

몸만큼 건강한 마음. 바로 유희관이 팀의 간판투수로 성장한 또 하나의 비결이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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