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매치] 뮤뱅·음중·인가…2%를 위한 ‘꿈의 무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17일 05시 45분


지상파 방송 3사의 음악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진행자들. 맨 위쪽부터 KBS 2TV ‘뮤직뱅크’의 박서준·씨스타 보라, MBC ‘쇼! 음악중심’의 샤이니 민호·김소현·블락비 지코, SBS ‘인기가요’ 제국의아이들 황광희·김유정·홍종현. 사진제공|KBS·MBC·SBS
지상파 방송 3사의 음악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진행자들. 맨 위쪽부터 KBS 2TV ‘뮤직뱅크’의 박서준·씨스타 보라, MBC ‘쇼! 음악중심’의 샤이니 민호·김소현·블락비 지코, SBS ‘인기가요’ 제국의아이들 황광희·김유정·홍종현. 사진제공|KBS·MBC·SBS
■ 지상파 음악프로 맞대결

‘2.8%…, 2.2%…, 2.2%….’ 인기 아이돌 가수들이 총출동해 화려한 무대를 꾸미고 당대 가장 ‘핫’한 스타들이 프로그램을 진행하지만, 그 결과는 민망한 수준이다.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사의 간판 음악프로그램인 ‘뮤직뱅크’ ‘쇼! 음악중심’ ‘인기가요’. 세 프로그램은 각각 금·토·일요일 황금시간대에 방송하며 음악프로그램만의 자존심을 지키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특정 장르이면서 전 연령층의 시청자를 포괄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들만의 잔치’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럼에도 각 방송사와 가요계에서는 음악프로그램의 필요성을 내세운다. 그 존재 이유는 뭘까.

음악프로, 2%대 저조한 시청률 불구
콘텐츠 수익·섭외력 제고 등 이점도
가수들은 ‘전국구 스타 도약’ 상징성

‘뮤직뱅크’ 셋 중 방송시간 가장 길어
‘인기가요’는 외부사전녹화로 차별화



● 누구를 위한 프로그램인가?

음악프로그램의 황금기는 1980∼1990년대 후반. 뒤이어 2000년대 초반 음악프로그램은 시청률 12∼15%대를 꾸준히 유지하며 인기를 받았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당시 형평성 논란으로 순위제를 폐지하고, 대중음악을 접할 수 있는 인터넷 등 미디어 환경 등이 급변하면서 시청률이 떨어지기 시작해 현재 2%까지 곤두박질쳤다. 2013년 고육지책으로 순위제를 다시 부활하며 시청률 상승을 기대했지만 속수무책이긴 마찬가지다.

저조한 시청률에 광고 수익마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각 방송사가 음악프로그램을 유지하는 것은 왜일까.

우선 달라진 미디어 환경 속에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으려는 시도가 한 배경이 된다. 해당 영상 콘텐츠를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나 국내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제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뮤직뱅크’ 제작진은 “(시청률)숫자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면서 “요즘에는 팬들이 본 방송보다 인터넷 등에 올라온 짧은 영상(클립)에 관심을 보인다. 방송시간이 길어 오히려 짧게 편집된, 좋아하는 가수의 영상만 찾아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해외 팬들의 클릭수(이용)도 갈수록 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방송가에서는 각 방송사의 예능프로그램 섭외력을 높이려는 의도도 있다고 말한다. 신인가수에게 출연 기회를 주는 대신 같은 기획사 소속 톱가수들을 다른 프로그램에 출연시키는 방식이다.


● 2%는 순수한 ‘팬덤’…“음원·앨범의 실구매자”

그룹 엑소와 미쓰에이는 10일 ‘쇼! 음악중심’, 11일 ‘뮤직뱅크’, 12일 ‘인기가요’ 등에 출연하며 1, 2위를 다퉜다. 이들이 세 프로그램에서 다르게 선보인 것은 의상뿐이었다. 컬러만 달랐고, 헤어스타일과 무대 동선, 표정까지 똑같았다.

이들을 비롯해 음악프로그램 위주로 활동하는 아이돌 가수들은 의상비로 5000만원에서 1억원 가까이 사용한다. 여기에 헤어·메이크업, 댄서 등 스태프 등 진행비를 포함하면 비용은 더 늘어난다. 기획사들이 이처럼 큰 비용을 들이면서까지 음악프로그램에 가수들을 출연시키려는 까닭은 무엇일까.

주 시청층인 10대의 팬덤에서 그 첫 번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한 기획사 대표는 “휴대전화나 인터넷 등으로 시청률이 분산됐다고 해도 여전히 주 시청층은 순수한 팬덤을 지닌 10대이다”면서 “음원과 앨범의 실구매자들이다. 절대 무시하지 못 한다”고 밝혔다.

음악프로그램이 지닌 ‘상징성’도 그 배경이다. 지상파 음악프로그램에 출연해야 “대중가수로서 역할에 충실하다는 이미지와 인식을 전국의 시청자에게 심어줄 수 있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나아가 ‘글로벌 프로모션’ 기회도 가질 수 있다. 각 방송사의 해외채널 등을 통해 음악프로그램이 방영되면서 전 세계 케이팝 팬들에게 가수와 노래를 홍보할 수 있는 무대를 열게 된다.

● 음악프로그램의 차별점은?

세 음악프로그램은 사실, 서로 개성도 변별력도 찾기 힘들다. 방송일이나 화면 상단 위에 표시된 프로그램명을 봐야 그나마 어떤 무대인지 알 수 있다.

굳이 차별점이면 외부 사전녹화를 꼽을 수 있다. ‘뮤직뱅크’, ‘쇼! 음악중심’와 달리 ‘인기가요’는 외부에서 사전 녹화를 진행한다. 스튜디오 내부에서만 진행하는 것보다는 외부 무대를 더 특별하게 꾸밀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생방송 당일이 아니라 다른 날 녹화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 등 제작비가 추가로 들어간다. 당일 사전녹화가 아닌 경우 해당 가수 측이 제작비를 부담한다.

방영 시간과 출연자수도 조금씩 다르다. ‘뮤직뱅크’가 1시간14분으로 가장 길어 출연 가수가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더 많다. ‘인기가요’는 1시간6분, ‘쇼! 음악중심’은 1시간이다. 가수당 출연 시간을 2분30초 기준으로 했을 때, ‘뮤직뱅크’가 두 프로그램에 비해 5∼6명의 가수들을 더 출연시킬 수 있다.

● 음악프로그램 MC, 그 조건은?

음악프로그램의 MC도 빼놓을 수 없다. 그렇지만 진행자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각 제작진은 엄격한 선별과정을 거쳐 ‘현재’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스타 위주로 캐스팅한다.

‘뮤직뱅크’는 씨스타의 보라와 연기자 박서준이, ‘쇼! 음악중심’은 샤이니 민호, 연기자 김소현, 블락비 지코가 호흡을 맞추고 있다. ‘인기가요’는 연기자 김유정과 홍종현이 맡고 있다. ‘쇼! 음악중심’ 제작진은 “해당 프로그램이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만큼 케이팝의 선두주자인 아이돌 스타와 함께 이들과 잘 어울리는 연기자가 적격이라고 판단해 발탁했다”고 밝혔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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