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메드] 잘 먹고 잘사는 요즘에도 건재한 ‘결핵’

  • 입력 2015년 4월 15일 1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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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4만 명이 걸리는 질환, OECD국가 중 발병률 1위
잘 먹고 잘사는 요즘에도 건재한 ‘결핵’



과거 우리나라에서 결핵은 흔한 병이었다. 전쟁이 끝나고 부족한 식량 때문에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지 못했고, 병원 치료 같은 건 꿈도 못 꾸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자연스레 결핵 환자도 많을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결핵은 ‘가난한 나라에서 발병하는 병’이라는 것이 상식이 되었다. 하지만 경제성장으로 먹을거리가 넘쳐나고 의료혜택을 받을 기회가 많아진 현대에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결핵에 걸리고 있다.

EDITOR 임종현 PHOTOGRAPHER 김현진 COOPERATION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호흡기 내과 심윤수 교수

3월 24일은 ‘세계 결핵의 날’

결핵은 기원전 7천 년경 석기 시대의 화석에서 그 흔적이 발견된 이후로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 무서운 감염 질환이다. 1883년 독일의 세균학자 로버트 코흐(Robert Koch)가 결핵의 병원체인 결핵균을 발견하여 학회에 발표함으로써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후인 1982년 3월 24일에, 결핵 예방 및 조기 발견을 위해 ‘세계 결핵의 날’이 지정되었다.

6·25전쟁 후 연간 수백만 명에 이르는 결핵 발병 국가였던 우리나라는 결핵 예방을 위해 1962년부터 세계보건기구(WHO)의 지침에 따라 BCG(결핵 예방백신) 접종을 실시하였고, 범세계적 차원의 결핵 퇴치운동에 동참한다는 의미에서 1982년부터 ‘세계 결핵의 날 행사’를 개최하는 등 결핵 예방과 조기 발견 및 퇴치를 위하여 노력했다.

이후 결핵 환자는 급격히 감소하였다. 그래서 결핵이란 병이 우리나라에서 사라졌다고 잘못 인식하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 하지만 아직도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결핵에 걸리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한 ‘2012 결핵 환자 신고 현황 연보’에 의하면 2012년 국가결핵감시체계로 보고된 결핵 신규환자는 3만9,545명, 재발 환자를 비롯한 전체 환자는 4만9,532명이었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만 매년 4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결핵에 걸리는 것인데, 국내 인구의 30% 정도를 결핵보균자로 추정하고 있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한 해 동안 2천466명이나 결핵으로 숨졌다.

세계적으로 보면 매년 900만 명이 결핵에 걸린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1990년부터 15년 동안 OECD 가입국 중 결핵역학지표(발병률, 유병률, 사망률) 1위로, 결핵 관리 후진국이라는 불명예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전염성이 강한 결핵균

결핵균이 몸속에 들어온 이후 인체의 저항력이 약해지면 결핵이 생기게 된다. 결핵균은 공기로 감염되기에 주로 폐 조직에 잘 생긴다. 그래서 보통 결핵이라고 하면 폐결핵을 의미한다.

하지만 결핵균은 림프샘, 늑막, 신장, 신경, 뼈 등 대부분의 조직이나 장기에도 침입하여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결핵균에 감염된 장기에 따라 림프결핵, 골관절결핵(결핵성늑막염, 고관절결핵, 골결핵, 골반결핵), 비뇨생식계 결핵(고환결핵, 방광결핵, 신장결핵), 소화기계 결핵(장결핵), 중추신경계 결핵(결핵성 뇌막염)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국내에서는 2000년 8월 이후 의사들의 신고에 기반을 둔 결핵정보 감시체계가 출범되었다. 그 이후의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했을 때 새로운 환자의 연령 평균값은 40대 이상이고 남녀별 발생률은 약 1.6:1로 중년 이상의 남성에게서 다소 높은 편이다.

결핵은 전염성이 강하기 때문에 결핵 보균자와 접촉하게 되면 발병할 수 있다. 그래서 오랜 기간 밀폐된 공간에서 결핵 환자와 함께 생활하면 감염될 확률이 높아진다. 또한, 결핵은 잠복기간이 폐렴이나 독감보다 긴데, 수십 년 동안 잠복해 있다가 발병하는 경우도 있다.


감기와 비슷한 결핵 증상

결핵은 초기에는 증세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어느 정도 진행되면 기침, 가래가 지속된다. 또한, 염증이 진행돼 피로를 느끼거나 식욕이 없어지며 체중이 감소하는 등의 증상도 나타난다. 식은땀이 나거나 미열이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호흡기 증상으로는 마른기침이 흔하고, 가래나 객혈을 동반하기도 한다. 기관지 결핵의 경우엔 만성기침과 천명음(쌕쌕거리는 소리)이 나타나 천식으로 오인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때로는 증상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건강검진 등으로 발견되기도 한다.

결핵은 일반적으로 감기와 증상이 비슷해 구분하기 힘들지만, 증상이 서서히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기침, 가래 등이 2주 이상 지속될 때에는 질환을 의심하고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특히 환자가 결핵에 감염될 수 있는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는 경우엔, 더욱 강력히 의심해야 한다.


우선 결핵균의 감염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투베르쿨린 피부반응 검사(Tuberculin Skin Test)나 혈청 인터페론 감마 검사를 시행할 수 있고, 활동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흉부 X선 촬영을 시행하고, 결핵균을 확인하기 위한 객담 도말검사 및 배양검사를 시행한다.


생각보다 간단한 치료와 예방

결핵을 치료할 수 있는 효과적인 약물이 없던 195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결핵 환자들은 깨끗한 공기가 있는 시골에서 요양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감염된 폐를 강제로 허탈(감염된 폐를 짜부라뜨려서 폐의 기능을 상실시킴으로 공기와의 접촉을 차단하는 수술적 요법)시켜서 결핵균이 공기와 접촉하지 못하게 폐쇄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던 적도 있었다.

결핵은 서서히 진행하는 질환이며 치료에도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항결핵제의 개발로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 됐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항결핵제를 잘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대부분 치료가 가능하다.

약을 한 번이라도 복용하게 되면 전염성이 급격히 감소하게 되고, 2주간 규칙적으로 투약하면 전염성이 거의 없어지게 된다. 그리고 6개월 이상 꾸준히 복용하면 대부분 완치된다.

결핵균은 약제에 내성이 잘 발생할 수 있으므로 여러 약제를 동시에 투약하여 치료한다. 만약 환자가 위장장애나 무력감 등의 약제 부작용을 느껴 하루나 이틀 정도 임의대로 약제를 거른다면 내성이 발생하여 결핵이 낫지 않을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므로 약의 복용 시기를 거르지 말고, 만약 부작용을 느낀다면 전문의와 상담하여 사용약제와 복용량 및 주기를 조절해야 한다.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호흡기 알레르기 내과 심윤수 교수는 “결핵 치료를 위해 6개월이나 약제를 투약하고도, 중간에 약제를 거른 탓에 결핵균에 약제내성이 생겨 치료 실패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경우가 있다”며 “이때는 2차 약제로 치료하게 되는데, 그럴 경우 매일 주사제를 쓰면서 2년 정도의 치료 기간이 소요되므로 고생하는 환자를 보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예방접종과 야외활동이 결핵 예방에 도움

결핵약을 복용할 시에는 효과적인 흡수를 위해 가능하면 하루 한 번 식전 1시간에서 30분 전에 모든 약을 한꺼번에 먹도록 권장하고 있다. 결핵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핵약을 거르지 않고 매일 정확하게 복용하는 것이므로, 가능하면 모든 약을 한꺼번에 먹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결핵을 예방하려면 BCG(결핵 예방백신) 접종을 해야 한다. BCG는 우형 결핵균의 독성을 약하게 하여 만든 것으로, 사람에게는 병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결핵에 대한 면역을 갖게 해주는 백신이다.

결핵균에 감염되기 전 BCG접종을 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발병률이 1/5로 줄어들며, 이 효과는 10년 이상 지속된다. 특히 BCG는 폐결핵뿐 아니라 사망률이 높은 소아의 결핵성 뇌막염이나 속립성 결핵(좁쌀결핵) 예방효과가 높으므로 가능한 한 출생 후 1개월 이내에 BCG를 접종하도록 하고 있다.

심 교수는 “결핵은 전염성 질환이지만 감염되었다고 해서 반드시 바로 발병하는 것이 아니고 대부분 면역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발병하게 된다. 따라서 평소에 과로하게 되면 꼭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하거나 불규칙한 식습관은 피해야 한다”며 “비타민D의 결핍 등도 결핵의 발병과 관련 있다는 주장들이 있어, 야외활동으로 햇볕을 쬐고 심신을 단련하는 것이 결핵 예방뿐만 아니라 건강한 삶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사제공 = 엠미디어(M MEDIA) 라메드 편집부(www.remede.net), 취재 임종현 기자(kss@egihu.com), 촬영 김현진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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