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메드] “자식을 때리며 흥분을 느끼는 엄마가 있다?” 성도착증에 대해

  • 입력 2015년 2월 11일 10시 13분


코멘트

자식을 때리며 흥분을 느끼는 엄마가 있다?
마음속 은밀한 욕망, 성도착증에 대하여

지난해 여름, 음란행위로 사회적인 충격을 안겨준 한 남성이 있다. 바로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53)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심야에 인적이 드문 공터와 거리 등 타인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장소를 택해 성기 노출 상태로 배회하다 목격자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게 체포되었다.

이후 검찰은 “직무스트레스로 인한 ‘성선호성 장애’ 상태와 목격자나 특정인을 향해 범행한 것이 아니였다”는 판단하에 김 전 제주지검장을 기소유예 처리했다.

하지만 김 전 제주지검장을 존경하던 많은 시민은 그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에 큰 충격을 받았고, 그의 음란행위가 담긴 CCTV를 본 정신과 전문의들은 성도착증이 의심된다고 발표했다.

EDITOR 임종현 PHOTOGRAPHER 권오경 COOPERATION 에고밸런싱테라피 이제우 카운슬러
성도착증은 심리성적 장애의 하나로서 성적 흥분을 경험하기 위해 유별난 행동을 나타내는 것을 뜻한다. 성적도착, 이상성욕, 변태성욕, 성적이상, 색정도착증이라고도 불린다. 쉽게 표현해 사람이 아닌 사물, 자신 또는 성적 파트너의 고통이나 굴욕, 소아 등과 관련한 성적 환상과 충동이 반복적이고 강하게 드는 경우를 말한다.

이로 인해 심한 주관적 고통과 기능의 저하가 있거나 본인이나 타인에게 해를 초래하는 경우에 성도착 장애라고 진단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성도착 장애 환자들이 모두 성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며, 또한 성범죄자들이 모두 성도착 장애 환자들은 아니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성도착 장애 환자 중에는 강한 성적 충동에 따라 행동하지 않기도 하고, 강간범 중 일부는 성적인 충동보다는 육체적 지배에 대한 욕구로 범행을 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성도착증의 대표적인 유형

성도착증은 유형만 해도 30가지 이상이 된다. 앞서 언급한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의 경우는 ‘노출증’으로, 노출증이 있는 사람은 낯선 사람에게 자신의 성기를 노출하고 자위를 하는 행동 등을 통해 성적만족을 얻는다. 일명 ‘바바리맨’도 노출증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밖에 타인이 나체로 있거나 옷을 벗는 것 또는 성교하는 장면을 엿보는 ‘관음증’, 복잡한 버스나 지하철 같은 곳에서 타인을 애무하거나 성기를 비비는 ‘접촉도착증’, 남성이 여성의류를 착용하면서 성적흥분을 느끼는 ‘의상도착증’, 묶이거나 맞는 굴욕과 고통을 통해 성적 흥분을 느끼는 ‘성적 피학증’, 이와 반대로 타인을 묶거나 때리는 굴욕과 고통을 통해 성적 흥분을 느끼는 ‘성적 가학증’, 사춘기 전의 어린 아동에게 성적 흥미를 느끼는 ‘소아기호증’이 성도착증의 대표적 유형들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2013년 한 해 동안 성도착증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166명이다. 하지만 성도착증 환자들 거의 상당수가 치료를 받지 않으려 한다는 점에서 실제 그 숫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성도착증 환자들을 전문으로 상담하는 에고밸런싱테라피 이제우 카운슬러를 만나 성도착증 환자들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았다.
QUESTION & ANSWERED

Q 성도착증의 원인은 다양하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성도착증 전문 카운슬러로서 수많은 성도착증 환자들을 상담하며 느낀 성도착증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원인은 경우에 따라 너무나도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하지만 가장 특징적인 건 ‘스트레스’입니다. 가정, 직장, 대인관계문제 등 다양한 스트레스가 원인이 됩니다. 딱 어떤 한 가지 종류의 스트레스가 있는 게 아니라 복합적으로 섞여 있습니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다 성도착증 증세로 나타나는 건 아니죠. 이미 어린 시절부터 성적 취향이 정상적이지 않게 형성된 사람들도 많아요.

최근 내담자 중에 중학교 2학년 남학생이 있었는데, 학교에서 굉장히 공부도 잘하고 모범생인 학생이었어요. 그런데 몰래 여학생 교복이나 체육복을 훔쳐서 냄새 맡고 만지며 자위행위를 반복해서 했죠.

어린 내담자들은 성도착증적 행동을 부모님이나 선생님한테 걸려 끌려오다시피 저한테 오게 됩니다. 이런 학생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거의 대부분 부모님이 굉장히 억압적이세요. 이 학생 같은 경우도 부모님이 두 분 다 교사이신데, 자녀의 학업성적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며 정말 숨통이 막히게 양육을 하셨더라고요.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겉으로 보기엔 모범생처럼 자라는 것 같아도, 아무도 안 볼 때는 일탈행위를 하기가 쉽습니다. 그리고 이같이 자란 학생들이 아무런 제재 없이 성인이 됐을 때 성도착증 관련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지죠.


Q 상담하셨던 성도착증 환자 중 특히 인상 깊은 환자들이 있나요?

너무나 많아요. 한 분은 40대 중반의 약사셨는데, 굉장히 점잖은 분이셨어요. 아무래도 직업상 약물에 대해 해박하다 보니, 직접 향정신성 약품을 투약할 때가 많았죠. 그런데 투약을 하면 꼭 060 폰팅업체에 전화를 걸었어요. 그리고는 여성에게 특정 행위를 요구하고 그 모습을 상상하며 자위를 했어요. 이런 행동을 수시로 하다가 결국 다 큰 자녀에게 걸려 저에게 오시게 됐죠.

그리고 성도착증 환자 대부분이 남자들이긴 한데, 상담하러 오시는 여성 환자의 비율도 10~20% 정도 되거든요. 특히 여성분들은 병원에 대한 부담감이 있으셔서, 정신과보다는 상담센터를 찾는 경우가 많죠.

한 중년 주부는 타인을 때리면서 흥분을 느끼는 성적 가학증을 가진 분이었어요. 이런 증상을 가진 분들은 대부분 성적 취향이 비슷한 남성분과 결혼할 가능성이 크죠. 그런데 문제는 폭행의 대상이 남편만이 아니라 자녀들에게까지 뻗친다는 거였어요.

결혼한 여성들은 자신이 마음껏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 자녀밖에 없잖아요. 그러니깐 그런 행동을 하는 거예요. 자녀들을 때리며 흥분에 겨워 신음도 내고요. 몸이 한껏 달아오르면 남편과 함께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관계를 가질 때도 있어요. 한마디로 이 경우엔, 남편도 부부의 쾌락을 위해 아내가 자녀를 학대하는 걸 암묵적으로 용인한 거죠.

그리고 남학생들의 경우는 학용품 등에 사정을 한 뒤 공원에 버려두고 여성들이 주워가는 모습에 쾌감을 얻는 경우도 있죠. 물건에 대한 도착증을 가진 분들도 굉장히 많아요. 한 여성분은 남자 양말에 도착증이 있었는데, 깨끗한 양말엔 별 관심이 없고 때에 찌든 냄새나는 양말이 있어야 흥분이 되는 분이셨어요.

하지만 성도착증 환자들이 다 한 가지 증상만 가지고 있는 건 아니에요. 대부분 여러 개가 복합적으로 섞여 있고, 이 증상에서 저 증상으로 바뀌는 경우도 많죠.
Q 성도착환자들은 평범한 사람들과 다른 특징이 있나요?

우선 겉으로 보기엔 전혀 티가 안 나요. 오히려 말끔한 분들이 많죠. 그런데 거의 대부분이 내성적인 성격을 가지셨어요. 학창시절에 공부만 했을 것 같은 고위층이나 전문직 분들이 상당수죠.

그리고 감정노동자 같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에 종사하시는 분들도 꽤 되고요. 상담을 해보면 보통 어린 시절 가정불화가 심했거나, 억압을 많이 받고 자라신 분들이세요.


Q 성도착증 환자들을 어떻게 치료하시나요?

일단 성도착증은 치료가 쉽지 않은 병임이 분명해요. 완치가 불가능하다는 발표도 나온 게 있고요. 저는 철학전공자에요. 심리철학에서는 성도착 문제가 프로이트가 말했던 자아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선 내담자의 얘기를 들으며 자아의 과잉과 결핍의 정도를 판단하죠. 일단 최소한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면서 나이와 직업을 파악해요. 거기에 맞춰서 성 관련 습성들을 상세하게 일일이 기록합니다.

자위행위는 주 몇 회를 하는지, 자위도구는 사용하는지, 배우자나 애인과 성관계는 얼마큼 하는지, 성관계를 하며 문제는 없는지, 교우관계나 가족관계는 어떤지, 직장에선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지 등등 일단 상세한 부분들을 모두 다 꼼꼼하게 체크하죠.

그렇게 관련된 질문들을 하나씩 하다 보면, 유독 내담자가 말이 많아지는 부분이 있어요. 그때 주의 깊게 들어야 해요. 그러면서 저의 지식과 그동안 내담자들과 상담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연결고리와 가능한 경우의 수를 상상력을 동원하여 재구성해 복원하죠.

그래서 어느 정도 추정이 되면, “난 이렇게 추론을 했는데 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죠. 그럼 내담자가 그것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말하고, 저는 그 말을 더해 새로운 추론을 해요. 이런 과정을 몇 번 거치면, 내담자가 저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명확하게 밝혀지는 게 있어요. 그 부분은 내담자가 의도적으로 숨긴 걸 수도 있지만, 자신도 잘 몰랐던 부분인 경우가 많죠.

이렇게 밝혀낸 원인을 통해, 상담을 이어나가면서 문제가 되는 성적 성향을 차츰 줄여나가게 하고, 경각심도 심어주어 범죄에 빠지지 않게 만드는 겁니다. 예를 들어 여성의 짧은 치마 밑으로 핸드폰을 들이미는 습성이 있다면, 그런 충동이 들려할 때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행동하라고 강화시키는 거죠.

하지만 이런 치료가 결코 쉬운 과정은 아닙니다. 심각성을 깨닫고 금방 변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보통 6개월 정도는 꾸준히 상담을 받으시는 게 좋습니다.
Q 성도착증 환자의 범죄로 인한 사회문제를 개선할 방법이 있을까요?

일단은 우리나라가 유교권 국가이기 때문에, 관용과 다양성이 참 부족해요. 성의 다양한 취향에 대해서 비웃거나 타도의 대상으로 삼는 등 극단적으로 반응하거든요. 개인적으로 성도착증세가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사회·도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이라면, 전 정신질환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성도착에 대한 사회의 관심은 분명 왜곡돼 있어요. 솔직히 이런 부분에 대해서 언론에서도 오로지 흥밋거리나 가십 거리로만 다루지 않습니까. 이런 사안에 대해서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고 논하는 공론장도 없고요.

그래서 일단 성에 대한 담론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야 해요. 부모님들도 사춘기 자녀들의 자위 문제 등에 대해 관대하게 반응해야 하고요. 가정에서 부모와 자식 간에 성에 대한 담론이 자유롭게 이뤄진다면, 건강한 성의식을 갖는데 좋은 바탕이 되죠.

그리고 스트레스가 높은 일을 하는 부서가 있다면, 회사에서 먼저 나서서 성과 관련된 교육 강연을 시행하는 게 좋아요. 저도 강연을 많이 다니는데 대부분 외국계 기업이고, 한국 기업은 거의 없죠. 보통 회사로 강연을 나간 후엔, 메일로 몇 개의 문의가 들어와요. 그렇게 메일을 주고받다가 상담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죠.


Q 성도착증세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사실 성도착은 사회적으로 범법행위를 하지 않은 이상은 잘못된 게 아닌데, 너무 심하게 죄책감을 갖는 경우도 많아요. 가벼운 증상이라도 쉽게 말하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다 보니까 혼자서만 고민을 하죠. 하지만 스타킹이나 유니폼을 좋아하는 정도는 결코 창피한 일이 아니에요. 성적 취향은 개인마다 정말 엄청나게 다양하거든요.

그러니깐 일단은 자신의 증상에 대해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얘기를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가족, 친구, 지인에게 말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니, 정신과 의사를 만나든 카운슬러를 만나든 일단 대화를 나누고 타인의 입을 통해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죠. 자신의 얘기를 솔직하게 다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치료 효과가 있어요.

그런데 성도착 증세가 심각한 사람들은 뇌의 특정 부분이 저하된 경우가 많습니다. 게임중독이나 도박중독에 빠진 사람들처럼요. 그래서 충동적으로 범죄를 일으키게 되는 일이 많이 발생하죠. 이 때문에 상담을 통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범법행위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진다면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상담받으러 오시는 대부분의 분들이 타인에 의해 억지로 오게 되는 경우예요. 성도착증에 관련된 범법행위를 하다 경찰에게 걸렸거나, 부모, 자녀, 직장동료 등의 지인에게 발각되어서죠. 사실 그건 개인에게 있어 너무나도 수치스러운 일이죠.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성도착증을 가진 당사자도 당사자지만, 그런 부모 밑에서 자라는 자녀들도 굉장히 위험해요. 예를 들어 자신이 사는 아파트단지 놀이터 나무 뒤에 숨어, 사람들을 훔쳐보며 자위를 하는 아버지를 목격한 딸은 큰 충격을 받고 엄청난 트라우마를 갖게 되죠.

이런 일을 겪은 자녀들은 성에 대한 가치관이나 개념이 완전히 망가지게 돼요. 성은 전혀 아름답지 않고 그냥 싸지르며 쾌락을 얻는 거라 생각하기 쉽죠. 성을 교감이 아니라 유희의 대상으로만 보게 되는 거예요.

따라서 성도착증으로 고민하고 있다면, 본인은 물론 가족들을 위해서도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서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사제공 = 엠미디어(M MEDIA) 라메드 편집부(www.remede.net ), 취재 임종현 기자(kss@egihu.com), 촬영 권오경 사진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