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머피의 법칙이 불운?…“일어날 일은 일어날 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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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원하는 것은 그녀의 투정이었고, 그녀의 숨소리, 그녀의 사랑만이 그가 진정 바라는 모든 것이었다. 그가 얻고자 하는 것의 궁극은 나오꼬, 금복의 모든 것이었으며 그것을 영원히 소유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사랑의 법칙이었다. ―‘고래’(천명관·문학동네·2004년)》

미국의 항공 분야 엔지니어였던 에드워드 A 머피는 1949년 항공기 추락에 대비한 안전장치를 만드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었다. 급격한 감속이 발생할 때 인간이 얼마나 견뎌낼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고속 로켓 썰매에 사람을 태우고 실험을 했다. 머피는 이 사람의 몸에 센서를 부착하는 일을 조수에게 맡겼다. 머피는 조수가 센서를 잘못 부착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하기는 했지만 “설마 그런 실수를 하지는 않겠지”라고 생각하며 그냥 조수에게 일을 맡겼다. 그런데 어처구니없이 그런 일이 정말 벌어졌다. 머피는 “저 자식은 실수할 가능성이 있는 일은 꼭 실수를 한단 말이야”라고 생각하며 조수를 나무랐다.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일은 반드시 잘못된다’는 ‘머피의 법칙’은 이 일화에서 비롯됐다.

머피의 법칙에 대한 다른 해석도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주인공 쿠퍼의 딸 머피는 자신이 ‘머피의 법칙’처럼 불운하다고 여긴다. 그러자 쿠퍼는 딸에게 이렇게 말한다. “머피의 법칙이란 나쁜 일이 생긴다는 뜻이 아니야. 그냥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는 의미지.”

소설 ‘고래’는 박복한 국밥집 노파, 산골 소녀에서 기업가로 성장하는 여자 금복, 정신박약아인 금복의 딸 춘희 등 세 여인의 기구한 운명이 뒤섞이며 만들어내는 파란만장한 스토리를 담고 있다. 박색한 노파의 불행한 삶은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금복과 춘희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어차피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는 ‘머피의 법칙’처럼 주인공들의 삶은 서로 얽혀 들어간다.

이 소설에는 ‘사랑의 법칙’, ‘구라의 법칙’, ‘시청률과 대중성의 법칙’ 등 수십 개의 법칙이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화자가 가장 많이 언급하는 법칙은 ‘사랑의 법칙’이다. 파란만장한 주인공들의 삶의 중심에는 사랑의 이야기가 있다. 주인공들은 어차피 사랑하게 될 사람을 사랑한다. 마치 ‘머피의 법칙’처럼….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고래#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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