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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난 두통약 대신 재즈앨범을 쓴다” 음반수집가가 들려주는 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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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난 두통약 대신 재즈앨범을 쓴다” 음반수집가가 들려주는 재즈

손택균기자 입력 2015-01-10 03:00수정 2015-01-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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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M Travels/류진현 지음/328쪽·1만6000원·홍시
1973년 독일 뮌헨에서 ECM 설립자 만프레트 아이허(왼쪽)가 피아노 치는 모습을 피아니스트 키스 재릿이 지켜보고 있다. 이해부터 ‘쾰른콘서트’로 대표되는 재릿의 전설적인 즉흥 솔로 콘서트 연작 녹음이 시작됐다. ⓒRoberto Masotti
소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에서 주인공 제제는 가슴 깊이 품고 살던 노래하는 작은 새를 날려 보내며 어린 시절과 작별한다. 이어폰을 꽂거나 콧소리를 흥얼거리지 않고도 마음속에서 언제든 재구성해 들을 수 있는 음악이 간혹 있다. 그런 음악에 대한 책읽기는 공부가 아닌 연애에 가깝다.

서울 신촌과 강남역 복판에 재즈 음반을 잔뜩 진열한 레코드가게가 존재한 시절이 있었다. 라디오에서 듣고 후다닥 받아 적은 곡 또는 아티스트의 단서 쪽지를 들고 더듬더듬 앨범을 찾았다. 그중 지금껏 귀로든 마음으로든 거듭 돌려 듣는 하나가 영국 중창단 힐리어드 앙상블의 ‘탈리스: 예레미아의 애가’다. 저자가 추린 추천작 33장 리스트에는 없지만 그것이 재즈 레이블 ECM과의 첫 만남이었다.

지은이는 2년 전 서울에서 열린 ‘ECM: 침묵 다음으로 가장 아름다운 소리’ 전시기획 자문역을 맡았던 음반수집가다. 오디오 또는 음악 애호가 저서에서 이따금 보이는 ‘이거 들어봤어?’식 표현은 조금도 없다. 한 음반과의 만남이 해당 아티스트의 다른 음악이나 동료의 앨범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펜대에서 힘을 빼고 자제하며 써내려간 기색이 역력하다. ECM 음악에 적합한 템포의 글이다. 힐리어드 앙상블이 지난해 은퇴했다는 소식을 책에서 접했다.


서울 전시 때 만난 만프레트 아이허 ECM 설립자는 오직 음악과 관련된 질문에만 친절히 답했다. 1969년부터 1500여 장의 앨범을 만든 그는 결코 상냥한 인물이 아니었다. 전혀 상관없었다. 그가 없었다면 지금 지구 위 현재진행형 재즈가 이만큼이나마 남아 있을까. 책에 수록된 아무 음반이나 귀에 걸고 흘끔흘끔 훑으며 차 한 잔 마시길 권한다. 저자는 “키스 재릿의 쾰른콘서트 앨범을 두통약 대신 쓴다”고 했다. 동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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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CM Travels#재즈#음반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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