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마음 품지말라… 개혁위해 파부침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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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신년 인사회]
김기춘, 靑시무식서 비선논란 의식… “불충한 일로 대통령-국민 걱정끼쳐”
靑 대변인, 이례적 상세 브리핑… 朴대통령 ‘유임 뜻’ 분명히 한듯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사진)은 2일 “자기 자신을 위하는 이심(異心), 즉 다른 마음을 품어서는 안 된다”며 “그런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여기(청와대)에서 근무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비서관, 행정관들이 모두 모인 2015년 시무식 자리에서다.

김 비서실장은 이날 “돌이켜보면 우리 나름대로 노력한다고 했지만 여러 가지 불충(不忠)한 일로 위로는 대통령께, 나아가 국민과 나라에 많은 걱정을 끼친 일들이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충(忠)이 뭔가. 한자로 쓰면 중심(中心)이다. 중심을 확실히 잡아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만든 ‘정윤회 동향’ 문건 등이 외부로 유출돼 비선 논란, 권력 암투설이 불거진 데 대해 내부 기강 잡기에 나선 것이다.

김 비서실장은 “군기가 문란한 군대는 적과 싸워서 이길 수 없고, 기강이 문란한 정부 조직이나 집단은 효율적으로 일할 수 없다”며 “청와대에서 국가원수를 모시고 근무하는 우리는 개인의 영달이나 이익을 위해 직위를 활용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비서실장은 청와대 직원들에게 ‘파부침주(破釜沈舟)’의 마음가짐을 주문했다. 파부침주는 솥을 깨뜨리고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으로 결전을 각오한다는 의미다.

김 비서실장은 “우리가 개혁의 선봉장이 돼야 하기 때문에 마땅히 자기 자신부터 개혁을 해서 개혁 선봉장의 자격과 자질을 갖춰야 한다”며 “우리는 이 명제를 위해 물러설 길이 없다. 배수의 진을 치고 파부침주의 마음으로 앞으로 나가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 임기 3년 차에 접어든다. 마라톤의 반환점으로 성공한 박근혜 정부의 종착역을 향해 최선을 다해 뛰어야 할 때”라고 분발을 촉구했다.

김 실장의 시무식 발언은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상세히 브리핑했다. 민 대변인이 김 실장의 발언을 이처럼 상세히 전달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를 놓고 박근혜 대통령이 거취 논란이 끊이지 않는 김 실장을 당분간 유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김기춘#개혁#파부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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