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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집은 富의 수단인가, 행복의 터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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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집은 富의 수단인가, 행복의 터전인가

손택균기자 입력 2014-12-17 03:00수정 2014-12-17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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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코미술관 ‘즐거운 나의 집’전
미디어아트 스튜디오 ‘비주얼스프럼’의 ‘어떤 꿈들’. 해변을 배경으로 한 영상과 커다란 원형 침대를 배치해 침실에서 꿈꿀 수 있는 이상향의 이미지를 구현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건축가가 참여하거나 건축을 주제로 한 전시가 최근 유행처럼 빈발했다. 내년 2월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여는 ‘즐거운 나의 집’전은 건축이라는 화두에만 기댄 몇몇 안이한 건축 전시를 반성하게 만드는, 영리한 기획전이다.

건축 관련 전시라고 할 때 쉽게 연상하는 설계도면, 모델, 사진의 사용은 최소화했다. 건축의 본질을 오해하게 만드는 시각적 요소 활용을 자제하는 대신 공간에 대한 온갖 상념을 담은 텍스트를 전면에 내세웠다. ‘집에 대한 사고(思考)’가 주 전시 대상인 것. 오브제는 그 전달만 돕는다. 의도된 정답으로 이끄는 어색하고 불편한 주장은 없다.

금민정 작가의 애니메이션 ‘숨 쉬는 문’. 실내공간 안팎을 가르는 경계가 숨 쉬는 듯한 이미지와 소리를 통해 사용자의 열망을 표현했다.
이번 전시를 위한 협력기획전 공모에서 선정된 ‘글린트’는 2년 전 설립한 신생 전시기획사다. 전시 실무는 지난해 가을 서울 종로구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린 ‘ECM: 침묵 다음으로 가장 아름다운 소리’전 이후 두 번째다. 독일 재즈 레이블 ECM을 주제로 삼은 첫 전시는 기름진 과장이나 어색한 혼합 없이 음악과 시각요소를 유려하게 엮었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 공간을 집 한 채로 여겨 재구성했다. ‘기억의 집, 지금 사는 집, 살아보고 싶은 꿈의 집’이라는 주제는 건축가 고 정기용이 남긴 글에서 얻었다. 대문을 열면 환하게 웃는 한 가족의 흑백사진이 흩어지는 영상물 통로 사이로 예스러운 금속장식을 단 현관문이 방범등을 받고 서 있다. 다시 한 발 들어서면 거실이다. 잔뜩 쌓인 트로피, 상패, 전화기. 우리가 거실에 무엇을 왜 놓고 지내는지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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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글보글 달각달각 소리가 울리는 식탁에는 주인 없는 의자와 식기가 나름의 표정을 짓고 있다. 무엇이 식탁조차 갈라놓는지, 불편하게 만드는지, 식탁의 모양새가 뻔한 말보다 뚜렷하게 알려준다. 활기찬 해변 영상으로 둘러싸인 커다란 원형 침대는 일상의 피곤에 찌든 모든 관람객의 이데아라 할 만하다. 툇마루에 나섰다가 화장실로 접어들면 화장실에서 할 수 있는 온갖 행동과 사유의 군상이 뭉텅뭉텅 쌓여 있다.

김범상 글린트 대표(41)는 “공급자 위주 일색인 기존 미술 전시 양상에 불만이 많았다. 미술 전시의 현학적, 고압적 과시와 주거박람회의 광고 쇼윈도 사이 간극을 메우고 싶었다”고 했다. 전시실 곳곳에 배치된 메모지에는 집 이야기를 다룬 철학, 문학, 만화, 영화 관련 텍스트와 이미지를 프린트했다. 김 대표가 일일이 선별해 관람객이 자유롭게 뜯어가도록 비치한 선물이다.

전시에는 조각가, 화가, 그래픽디자이너, 건축가, 미디어아티스트, 광고기획자, 만화가, 주택 관련 분야 공무원 등 다종다양한 경력의 작가 27팀이 참여했다. 스타 작가는 없다. 공통점은 다들 ‘한국 땅에 살며 집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자산의 한 형태에 그치지 않고 행복한 생활의 터전일 수 있는 집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본 관객이라면 모처럼 즐거운 사유의 시간을 만날 것이다. 02-760-4614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아르코 미술관#즐거운 나의 집#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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