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상 첫 ‘대외자산>대외부채’를 반길 수만은 없는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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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월 말 현재 한국의 대외투자액은 1조515억 달러로 외국인들의 대한(對韓) 투자액보다 227억 달러 많았다. 대외자산에서 대외부채를 뺀 순(純)대외자산 잔액은 6월 말보다 332억 달러 증가했다. 대외자산이 대외부채를 웃돈 것은 한국은행이 분기별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4년 이후 처음이다. 한은은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된 것이 순대외자산국 전환을 가능케 한 가장 큰 요인”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은 오랫동안 외채에 대한 부담에 시달렸고 외환위기라는 국가적 고통도 겪었다. 대외자산이 대외부채보다 많아진 것은 외국인들이 한국에 빌려주거나 투자한 돈을 모두 회수하더라도 남는 대외자산이 있다는 뜻이어서 일단 바람직하다. 대외자산과 부채 가운데 직접투자와 주식투자 등을 제외한 대외채권과 채무 통계에서도 순대외채권 잔액 플러스 상태가 이어지고 있고 단기외채 비중은 감소하는 추세다. 갑작스러운 글로벌 금융 불안이 덮치더라도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최악의 상황으로 몰릴 위험성은 낮아졌다.

그러나 내용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사상 첫 순대외자산국 전환을 액면 그대로 반길 수만은 없는 부분도 눈에 띈다. 한국의 대외투자액 중에서 직접투자는 3분기에 28억 달러, 증권투자는 40억 달러 늘었다. 반면 한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직접투자는 34억 달러, 증권투자는 201억 달러 줄었다. 한국에서 외국으로 나간 돈은 증가한 반면 해외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돈은 감소했다는 의미다. 특히 국민들의 소득 및 일자리와 직결되는 실물경제 분야에서 나타나는 ‘한국 기피’ 현상은 가볍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국내외 기업과 투자가 사이에서 한국에 대한 매력이 낮아지고 있는 까닭은 복합적이다. 기업 활동에 대한 각종 유무형의 규제와 반기업 정서,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낮은 노동시장 유연성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외국인 투자기업 근무자의 자녀들이 한국에서 글로벌 기준의 경쟁력을 갖춘 교육을 받기가 어렵다는 말이 나온 지도 오래됐지만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한국과 외국 기업들이 우리나라에서 투자를 늘리도록 하기 위해 경제, 노동, 교육 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재점검해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외자산#대외부채#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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