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글로벌 북 카페]영국 정계-언론계 발칵… 출간 40여일 지나도 논란 식지 않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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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부커상 두번 받은 힐러리 맨틀의 ‘마거릿 대처의 암살’

여성 작가 힐러리 맨틀은 ‘울프 홀’과 ‘시체를 대령하라’로 영미권 문학계에서 가장 권위가 높은 ‘맨부커상’을 최초로 두 번 수상했다. 올해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인 D.B.E까지 받기도 했다. 영국왕 헨리 8세의 시대를 배경으로 수상 토머스 크롬웰의 일대기를 그린 ‘울프 홀’은 정치 세계를 노련하게 다루고 있어 많은 정치인이 좋아하는 소설로 손꼽는다. 그런데 맨틀이 9월 19일에 유력 일간지 가디언에 발표한 단편 ‘마거릿 대처의 암살’(사진)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1983년 8월 6일 마거릿 대처 당시 영국 총리는 윈저 시에 위치한 병원에서 간단한 눈 수술을 받았다. 이 소설은 수술 후 퇴원하는 대처를 북아일랜드 독립 무장단체인 IRA의 저격수가 암살한다는 내용이다. 단편의 주인공은 평소 대처의 정치, 철학은 물론이고 옷차림과 걸음걸이도 싫어한다. 그러다 보일러공인 줄 알고 문을 열어준 방문자가 실은 대처를 암살하기 위해 온 저격수임을 깨닫게 된다. 주인공과 암살자는 대처가 병원에서 나오기를 기다리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홍차를 후후 불어 마시며 나누는 이들의 대화는 대처에 대한 비난으로 가득 차 있다. 실제 영국에서 대처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다. ‘현재 영국의 틀을 만든 철의 여인’이라며 극찬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켰다’며 소설 속 주인공처럼 혐오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단편이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대처가 타계한 지 그리 얼마 되지 않은 시점(2013년 4월 8일 타계)에 영국 최고의 작가인 맨틀이 ‘암살’이라는 방식으로 대처를 비난했기 때문이다. 원래 이 단편은 영국의 데일리텔레그래프에서 엄청난 금액의 인세를 주고 독점 계약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맨틀의 원고를 본 데일리텔레그래프는 신문에 실을 수 없다며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당 의원들은 즉시 이 작품과 맨틀을 비난했다. 코너 번스 의원은 선데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작품이 IRA에 희생당한 사람들의 유족에게는 또 다른 아픔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네이딘 도리스 의원은 이 작품을 볼 대처의 유족들에게 안타까움을 표했다.

칼럼니스트인 스티븐 글로버는 ‘이 작품이 충격적인 이유는 맨틀이 대처에 대한 혐오를 표현했기 때문이 아니다. 아무리 대처를 싫어했다 한들 꼭 암살이라는 혹독한 방법으로 그녀를 제거하는 글을 써야 했을까’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맨틀은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철의 여인은 다른 이들의 의견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다. 그녀 또한 소설가가 위축된 작품 활동을 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맨틀은 지난해 강연 도중 케임브리지 공작부인 캐서린(윌리엄 왕세손의 부인)을 가리켜 ‘아이를 낳기 위해 태어난 인형 공주’라고 발언해 파문을 불렀다. ‘마거릿 대처의 암살’ 등이 실린 단편집은 9월 30일 출간됐고 여전히 논란은 식을 줄 모른다.

런던=안주현 통신원 jahn80@gmail.com
#마거릿 대처의 암살#힐러리 맨틀#맨부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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