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악화 꾸짖던 여야, 지역예산 10兆 늘릴듯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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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들 선거구 챙기기… 16개 상임위 중 12곳 7兆 증액

지난달 국정감사 때 재정건전성의 중요성을 역설하던 국회의원들이 이달 상임위원회에서는 ‘지역구 챙기기’로 돌아서 내년 예산을 정부안보다 10조 원 이상 늘릴 것으로 보인다. 세수 부족과 복지 확대로 올해 국가 재정에 위기가 찾아왔는데도 지난해보다 예산증액 요구 규모가 더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회 상임위의 예산안 심사가 ‘선심성 돈잔치’로 변질돼 나라 살림살이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1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회 16개 상임위 가운데 예산안 심사를 마친 12개 상임위 소속 의원들은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보다 6조9000억 원(순증액 기준) 늘린 예산안을 의결했다. 통상 2조 원 안팎의 증액을 요구해온 보건복지위와 교육문화체육관광위 등 나머지 상임위가 예산 심사를 마치면 증액 예산 규모는 10조 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국회 상임위는 10조 원의 예산 증액을 요구한 바 있다. 특히 의원들은 지난달 초 정부가 낸 예산안 중 사업비를 줄이는 ‘감액 심사’는 철저히 하면서도 자신들이 요구한 사업비 증액안은 대충 심사하거나 심사절차 자체를 생략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위원장인 김우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제주 관련 예산을 351억 원 늘렸다. 이 증액 예산에는 ‘낙도(落島)’ 주민을 대상으로 한 ‘도서지역 운임’과 ‘조건불리 수산직불금’ 지원을 제주도에도 지원하기 위한 예산 50억 원이 포함됐다. 김 의원은 기재부가 “제주도는 낙도가 아니기 때문에 지원이 어렵다”며 예산 편성을 거부하자 기재부에 700여 건의 서면질의를 보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또 국토교통위는 지방하천 정비사업 예산을 557억 원 증액하기로 의결했다. 이 사업은 환경부의 생태하천복원사업과 유사 사업이라는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정부가 지난해보다 1000억 원 예산을 삭감했다. 하지만 의원들이 타당성을 검증하지 않고 다시 예산을 늘렸다.

이에 따라 국토위 소속 의원들의 지역구인 전북 전주시, 충북 제천시, 경기 용인시 관련 예산이 집중적으로 늘었다. 특히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의 전남 순천-곡성 지역구 당선을 계기로 호남지역 예산을 확대한다는 새누리당의 방침에 따라 순천만정원, 도로 건설 등 순천시와 곡성군 관련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200억 원가량 증액됐다.

세종=문병기 weappon@donga.com·홍수용 기자
#재정#여야#지역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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