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다리 ‘생명의 전화’ 설치 4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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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2351건… 80%가 10, 20대, 진로-이성문제 가슴앓이 많아

양화대교에 11번째 ‘생명의 전화’ 임종석 서울시 정무부시장(왼쪽)이 12일 양화대교에 설치된 11번째 SOS생명의전화를 시범 사용하는 모습.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제공
양화대교에 11번째 ‘생명의 전화’ 임종석 서울시 정무부시장(왼쪽)이 12일 양화대교에 설치된 11번째 SOS생명의전화를 시범 사용하는 모습.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제공
“이 전화 고민 들어주는 전화 맞죠? 실업계고 3학년인데요, 휴게소에 취업을 했어요. 친구들은 대학 간다고 지금 공부하고 있는데, 돈 시간 낭비하는 곳이라고 해도 나도 남들처럼 대학공부 해보고 싶은데, 난 애들 대학에 갈 때 휴게소에서 일해야 해요. 어떡하죠? 이미 뒤처진 인생인 것 같아 살 자신이 없어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2주 앞둔 11월 초 어느 날. 오후 11시 서울 마포대교 위에서 흐느껴 울던 한 소녀가 생명의 전화를 집어 들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운영하는 이 SOS생명의전화는 다리 위에서 자살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상담서비스를 하기 위해 설치한 것.

2011년 SOS생명의전화가 처음 설치된 이후 올해 9월까지 접수된 전화는 총 2351건. 이 중 1044건(44.4%)은 10대 청소년의 전화다. 뒤를 이어 20대가 853건으로 2위를 차지했다.

10, 20대가 이용자의 절반을 차지하다 보니 상담 내용도 진로 문제나 이성 문제가 절대적으로 많다. 지금까지의 상담을 내용별로 분류해 보면 진로 문제(693건) 이성 문제(425건) 가족 문제(316건) 생활고(170건) 우울증 등 정신건강 문제(170건) 순이었다. 특히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진로와 생계 문제를 고민하는 20대 젊은이들의 전화가 늘었다.

이용 시간을 보면 오후 6시가 넘은 저녁 시간이나 오전 6시 이전의 이른 새벽 시간이 가장 많았다. 다리 위 노출된 공간에 전화가 설치되어 있다 보니 남의 주목을 받지 않는 시간에 상담전화를 주로 이용하는 것이다. 생명재단 측은 “장소 특성상 신분이 노출될까 봐 두려워 상담전화를 잘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며 “이런 점을 해결하기 위해 부스나 가림막 등 다른 장치를 세우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SOS생명의전화는 마포대교에 처음 설치된 이후 자살방지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을 받아오고 있다. 하지만 재단 측은 “자살은 예방이 우선”이라며 “조금이라도 심리적 갈등을 겪은 사람들의 상담창구 역할을 하는 것은 자살률 감소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생명재단은 12일 양화대교에 11번째 SOS생명의전화를 설치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한강다리#생명의 전화#양화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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