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출신 세계적 안무가 2人, 다음주 나란히 국내공연 화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 프랑스 출신의 세계 정상급 안무가들의 작품이 잇달아 찾아온다. 13, 14일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르는 ‘뱅자맹 밀피에 & LA 댄스 프로젝트’ 와 14∼16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되는 ‘스노 화이트’. 안무가 뱅자맹 밀피에는 지난달 37세의 나이로 세계 3대 발레단의 하나인 파리오페라발레단 예술감독이 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LA 댄스 프로젝트는 그가 창단한 무용단이다. ‘스노…’는 파격적인 현대무용의 세계를 보여준 앙줄랭 프렐조카주(57)의 작품이다. 파리에서 활동 중인 두 안무가를 최근 e메일로 만났다. 》

안무가 뱅자맹 밀피에가 안무한 ‘리플렉션’을 추고 있는 LA 댄스 프로젝트의 남녀 무용수. 페미니즘아티스트인 바버라 크루거의 타이포 그래피를 무대 배경으로 한 무용수들의 감각적 움직임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LG아트센터 제공
안무가 뱅자맹 밀피에가 안무한 ‘리플렉션’을 추고 있는 LA 댄스 프로젝트의 남녀 무용수. 페미니즘아티스트인 바버라 크루거의 타이포 그래피를 무대 배경으로 한 무용수들의 감각적 움직임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LG아트센터 제공
▼“발레 통해 제2의 삶 얻었어요”▼

스타 무용수서 안무가 변신 밀피에


뱅자맹 밀피에(사진)는 스스로 발레를 통해 ‘삶’을 얻었다고 말한다.

미국 뉴욕시티발레단 수석무용수로 활동한 그는 스타 무용수로 대중적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2010년 개봉한 영화 ‘블랙 스완’의 안무를 맡은 것은 그의 무용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안무가로서의 명성을 쌓았고, ‘블랙 스완’의 주연 배우 내털리 포트먼과 2012년 결혼하면서 ‘스타의 남편’이 됐다.

e메일로 만난 그는 3일 한국 팬들에게 자신이 안무한 ‘리플렉션’을 선보이는 것에 대해 큰 기대감을 표시했다.

“리플렉션은 최근 제가 안무한 작품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에요. 감각적이고 로맨틱하죠. 특히 제가 2012년 창단한 LA 댄스 프로젝트를 통해 이 작품을 선보일 수 있게 돼 기쁩니다.”

LA 댄스 프로젝트는 밀피에가 뉴욕시티발레단에서 은퇴한 후 아내 포트먼, 아들과 함께 LA로 이주한 뒤 창단한 그의 첫 번째 무용단이다.

리플렉션은 주얼리 기업 반클리프&아펠의 의뢰로 제작됐다. 밀피에는 “이 작품은 듀엣, 트리오, 앙상블 등 다양한 섹션으로 구성돼 있다”며 “섹션마다 무용수들의 기량이 최고로 드러날 수 있도록 안무를 짰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리플렉션의 무대 디자인은 기하학적이면서도 화려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작가이자 세계적인 페미니즘 아티스트인 바버라 크루거의 타이포그래피가 세트 무대를 장식한다. 무용평론가 장광열 씨도 “밀피에의 작품은 화려한 무대 디자인과 테크닉이 뛰어난 안무가 감상 포인트”라고 말했다.

지난달 파리오페라발레단 예술감독을 맡은 밀피에는 발레단 일정 때문에 내한 공연에는 참여하지 못한다.

앙줄랭 프렐조카주의 모던 발레 ‘스노 화이트’는 도발적이다. 백설공주는 몸 선이 훤히 드러나는 의상을 입은 채 무대 위를 거닐고, 계모는 을씨년스러운 복장과 모습으로 공주를 찾아 독이 든 사과를 입안에 쑤셔 넣는다. 현대카드 제공
앙줄랭 프렐조카주의 모던 발레 ‘스노 화이트’는 도발적이다. 백설공주는 몸 선이 훤히 드러나는 의상을 입은 채 무대 위를 거닐고, 계모는 을씨년스러운 복장과 모습으로 공주를 찾아 독이 든 사과를 입안에 쑤셔 넣는다. 현대카드 제공
▼“잔혹한 백설공주 기대하세요”▼

‘스노 화이트’ 기획 프렐조카주


앙줄랭 프렐조카주(사진)는 러시아 볼쇼이발레단, 파리오페라발레단 등에서 모던 발레를 기획할 때 1순위로 러브콜을 받는 안무가로 꼽힌다.

이번 무대에 오르는 모던 발레 ‘스노 화이트’는 각 예술장르 장인들의 컬래버레이션 그 자체다. e메일로 만난 프렐조카주도 “무용수들이 세계적 패션디자이너 장폴 고티에가 디자인한 무대의상을 입고, 체코 작곡가 말러 교향곡 5번 선율에 맞춰 춤을 춘다”며 “백설공주를 그림 형제의 원작에 가깝게 에로틱하면서도 잔혹하게 풀어냈다”고 소개했다.

이 작품은 2008년 초연 당시 파격적인 해석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가 재창조한 백설공주는 관능적이면서도 거침이 없다.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고 맨발로 무대를 누비며 자신을 괴롭힌 새엄마에게 쇠로 달군 구두를 신겨 춤추게 한다.

이에 대해 프렐조카주는 “신화나 전설로 전해지는 스토리가 아닌 백설공주의 진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며 “시작 단계에서부터 그림 형제의 버전을 따라 스릴러에 가까운 이야기로 고혹적, 마법적인 분위기로 만들고자 했다”고 했다.

그는 또 ‘백설공주는 가장 현대적인 동화’라고 강조했다. “현대사회에서도 여성들은 아름다움을 놓고 세대 간 갈등을 벌여요. 왕비가 백설공주의 아름다움을 시샘하듯 요즘도 나이 든 여성들은 세월의 흔적을 화장이나 성형으로 맞서며 젊은 세대의 아름다움에 저항하죠.”

국내에서 적지 않은 인기를 얻은 말러의 곡을 사용하는 점도 눈에 띈다. 그는 “말러 교향곡의 웅장한 진행은 로맨틱한 본질을 갖고 있다”며 “독사과를 먹고 잠들었던 백설공주가 깨어나는 결말 부분에 말러 교향곡 5번의 아다지에토 악장 선율이 흘러나올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뱅자맹 밀피에#리플렉션#스노 화이트#앙줄랭 프렐조카주#백설공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