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30일’ 하루前까지 삐라 타령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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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남북 고위급접촉 무산

북한이 대북 전단 살포 중단을 남북 고위급 접촉의 전제조건으로 삼아 30일 접촉을 무산시켰다. 북한 국방위원회 서기실은 29일 새벽 서해 군 통신선 채널을 통해 대통령국가안보실 앞으로 보낸 전화통지문에서 “‘(남측이) 법적 근거와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삐라(대북 전단) 살포를 방임하고 있다”며 “(남측은) 관계 개선의 전제, 대화의 전제인 분위기 마련에 전혀 관심이 없으며 합의한 2차 고위급 접촉을 무산시키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한이 전통문에서 회담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았고 정부도 “대북 전단 살포 중단은 부당한 요구”라며 수용 불가로 맞서 30일 회담은 무산된 것. 양측의 팽팽한 신경전 또한 불가피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북한의 태도는 한국 정부가 이번에 대북 전단 살포를 막는 시늉이라도 보여주길 바란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TV를 보는 김정은이 TV에 나온 대북 전단 얘기를 보고 화내면 관계 기관이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그래서 총격까지 벌이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남북대화도 없다는 식으로 협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 일행의 4일 깜짝 인천 방문도 ‘조건 없는 관계 개선’ 메시지가 아니었다”며 “대북 전단 문제 등 군사적 문제가 해결돼야 고위급 접촉이 가능하다는 북한의 접근방식을 한국 정부가 간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설령 정부가 전단 살포를 막는다 해도 북한이 다른 시비를 걸고 나와 대화에 진전이 없으면 정부는 코너에 몰려 대북정책에 대한 지지를 잃을 것”이라며 “북한의 꼼수에 넘어가지 않게 행보 하나하나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북한이 결국 대화에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난 해결이라는 ‘대화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겨울로 접어드는 11월부터 북풍이 불면 민간단체들은 전단을 살포하지 않는다. 그때 북한이 대화 공세를 다시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대북 전단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불편한 상황에서도 ‘아량’을 베풀어 대화에 나왔다며 한국의 양보를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북 2차 고위급 접촉 30일 개최 제의(13일)와 수용 촉구(28일) 모두 판문점 연락관 채널로 보낸 남측과 달리 북한은 판문점 채널을 가능한 한 피하고 있다. 북한은 서해 군 통신선 채널로 연락하면서 청와대를 협상장으로 불러내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김정안 jkim@donga.com·윤완준 기자
#북한#대북 전단#고위급접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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