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부선의 난방비 투쟁, “민생” 외친 국회 부끄러운 줄 알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9일 03시 00분


아파트 난방비 의혹을 폭로한 영화배우 김부선 씨가 그제 국회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난방비 비리는 40년 전 아파트가 생길 때부터 있었지만 주민자치 영역이니 알아서 해결하라고 했고 여러분(국회의원)도 손을 놨다”고 쏘아붙였다. 이날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 씨는 “관리비 난방비 문제로 11년을 혼자 뛰어다니며 심지어 연예계와 조국을 떠날 생각까지 했다”는 등 극적인 과장법을 써가며 거침없이 발언했다.

아파트는 전체 주택의 59%(2012년 기준)를 차지하고 연간 관리비 총액은 12조 원에 이른다. 전국 곳곳의 아파트에서 관리비 책정과 집행을 둘러싼 갈등과 분쟁도 끊이지 않는다.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의 이권 개입, 관리비 부풀리기, 보수공사 업체와의 유착 등 다양하다. 국토부에 접수된 민원 건수가 2010년 6467건에서 2013년 1만1323건으로 갈수록 급증했다. 소송도 3000건을 넘어섰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공동주택 관리 감독은 겉돌고 있다. 2011년 감사원은 서울시내 1997개 아파트 단지의 관리 실태를 점검한 결과 근본적인 관리시스템의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지만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국토부는 공동주택 관리 비리 신고센터를, 서울시에선 민관 합동단속반을 만들었으나 비리를 적발하고도 시정 권고나 시정 명령만 할 수 있어 솜방망이 처분에 그치기 일쑤다.

아파트 관리비 문제를 사회적 공론의 장으로 끌어들여 ‘난방 투사’란 별칭을 얻은 김 씨는 박근혜 정부의 ‘4대 악(惡) 척결’을 거론하면서 “주거생활 문제까지 5대 악으로 규정해서 척결해 달라”고 호소했다. “집권당이 ‘민생 민생’ 외치면서 선거를 싹쓸이했는데, 이런 주거생활도 민생이므로 입법으로 해결해 주시면 행복할 것 같다”고 한 그의 말은 보통 사람의 심정을 그대로 대변한다. 지자체와 정부는 아파트 관리 책임을 입주민들에게만 맡겨 놓지 말고 적극 나서야 한다. 국회도 행정 기관의 관리·감독권과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입으로만 민생을 외치지 말고 생활 속 불만을 바로잡는 것이 진정한 민생 정치다.
#아파트 난방비#김부선#국정감사#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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