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월호 인양 여부를 실종자 아홉 가족에게만 맡길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8일 03시 00분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세월호 선체 인양 여부에 대해 투표를 벌여 수중 수색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세월호 실종자는 현재 10명으로 가족 단위로는 단원고 교사 2명과 학생 5명, 이영숙 씨와 권재근 씨 부자(父子) 등 모두 아홉 가족이다. 이들 중 네 가족이 인양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으나 의결 정족수인 3분의 2에 미치지 못했다.

실종자 가족의 법률 대리인인 배의철 변호사는 “11월에도 수중 수색이 가능한 날이 20일 정도 되므로 수색이 재개되는 27일 이후에도 수고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중 수색을 담당하는 민간업체인 88수중환경의 박경철 현장소장은 “선체 내부 붕괴로 작업이 어렵고 기상상태나 환경이 안 좋은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업체가 정부의 구호명령을 무시하고 맘대로 철수할 수는 없겠지만 이런 현장 상황에서 원활한 수색을 기대하긴 힘들다.

겨울이 되면 파도가 높아지고 수온이 내려가므로 수색은 거의 불가능해진다. 수색이 가능한 날까지 여한이 없도록 수색을 해보고 싶어 하는 가족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세월호 선체 대부분이 붕괴돼 잠수사의 선내 진입이 어려워지면서 수색 작업이 102일째가 되도록 추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수색에는 하루 3억5000만 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그동안 수색 과정에서 잠수사 2명이 숨지고 수색 지원을 위해 헬기를 타고 이동하던 소방관 5명이 희생됐다. 그렇지 않아도 사고 해역은 물살이 세기로 악명 높은 곳이다. 계절적으로 잠수사들이 한계 상황에 봉착해 있는데도 수색을 계속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측면이 있다.

세월호를 인양하려면 최대 1조 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종자 아홉 가족의 결정에만 맡겨두기에는 너무 막대한 비용이다. 게다가 선체를 인양한다고 해도 남은 실종자 10명 중 몇 명을 더 찾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비용과 효과를 따져보면 인양하지 않고 해상 추모공원으로 만드는 등의 다른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최종적으로는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정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세월호#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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