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한복판에 과학자와 대학-기업 잇는 유럽 최대 ‘연구 허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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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로 돌아오는 과학연구소<上>2015년 개관 ‘프랜시스 크릭硏’

내년 11월 완공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 크릭 연구소는 영국 런던에서도 교통의 요지로 불리는 세인트판크라스 역 바로 옆에 들어서는 도심 연구소다. 오른쪽 위에 있는 은색 건물이 세인트판크라스 역이다.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 제공
내년 11월 완공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 크릭 연구소는 영국 런던에서도 교통의 요지로 불리는 세인트판크라스 역 바로 옆에 들어서는 도심 연구소다. 오른쪽 위에 있는 은색 건물이 세인트판크라스 역이다.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 제공
영국 런던 한복판에 위치한 킹스크로스 역. 런던의 동서남북을 잇는 지하철 6개가 이 역에서 만나고, 이 역과 붙어 있는 세인트판크라스 역에는 유럽 대륙으로 향하는 유로스타 국제터미널이 있다. 그야말로 런던 교통의 요지다.

지난달 26일 오전, 킹스크로스 역 바로 옆에 위치한 국립도서관 건물을 따라 모퉁이를 돌자 반짝거리는 은색 지붕이 나타났다. 아직 공사가 한창인 이 건물은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이다. 내년 11월 27만 m² 규모의 연구소가 문을 열면 과학자 1300여 명이 한꺼번에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유럽 최대 생명과학연구소가 된다. 영국 과학계로서는 처음 시도하는 대형 도심 연구소이기도 하다.

○ 과학자-대학-병원-기업 잇는 도심 연구소

짐 스미스 영국 국립의학연구소장은 “도심 연구소는 교통이 편리하고 대학이나 병원, 기업과 인접해 있어 우수한 과학자를 유치하는 데 유리하다”고 말했다. 런던=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짐 스미스 영국 국립의학연구소장은 “도심 연구소는 교통이 편리하고 대학이나 병원, 기업과 인접해 있어 우수한 과학자를 유치하는 데 유리하다”고 말했다. 런던=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짐 스미스 국립의학연구소(NIMR) 소장은 “지금까지 영국의 과학 연구소들은 잘못된 장소에 있었다”면서 “근처에 대학도 없고 교통도 불편한 도심 외곽에 지었다”고 말했다.

크릭 연구소는 2005년 국립의학연구소를 런던 도심으로 이전하는 논의가 진행되면서 설립 가능성이 처음 제기됐다. 이후 국립의학연구소와 임페리얼칼리지, 킹스칼리지 등 6개 기관이 7억 파운드(약 1조7000억 원)를 공동 출자해 대규모 프로젝트로 발전시켰다. 스미스 소장은 2009년부터 크릭 연구소 용지 선정과 건물 설계 등 주요 사항을 결정하는 이사회 위원으로 활동했고 현재는 크릭 연구소 위원회 위원이다.

그는 “크릭 연구소의 목표는 최고의 과학자들을 영입해 세계 최고의 연구소가 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교통이 편리하고 대학과 연구기관, 병원 등이 인근에 있어 협업에 유리한 도심을 크릭 연구소의 입지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크릭 연구소에서 두 블록 떨어진 곳에 유니버시티칼리지 병원이 있다. 임페리얼칼리지, 킹스칼리지는 지하철로 20분 거리에 있다. 글로벌 제약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아스트라제네카, 세계적인 유전자 연구소인 생어연구소도 1시간 거리다.

스미스 소장은 “크릭 연구소는 런던 중심에 위치한 만큼 연구자들을 모이게 하고, 대학과 병원, 기업의 협력을 유도하는 ‘링크(link)’ 역할이 핵심이자 경쟁력”이라며 “크릭 연구소가 운영할 120여 개 연구 그룹은 임페리얼칼리지의 200여 개 연구 그룹,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의 450여 개 연구 그룹 등과 긴밀히 협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연구소 설계도 과학자 소통에 초점 맞춰

안전모와 안전화, 고글에 장갑까지 착용하고 공사 중인 크릭 연구소 안으로 들어가자 ‘링크’의 철학이 연구소 내부 곳곳에서 묻어났다. 과학자들이 자연스럽게 만나 대화하며 아이디어를 얻고 창의성을 싹틔울 수 있도록 1인 연구실을 아예 없앴고, 층마다 ‘협업 공간’을 넉넉히 마련했다. 그리고 그 옆으로 엘리베이터와 계단을 설치해 세미나실이나 식당에 가다가도 다른 연구자와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케임브리지대처럼 구내식당을 400석 규모로 일부러 작게 만들어 과학자들이 바로 옆자리에 앉아 대화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작전도 썼다.

1층에는 지역 주민을 위한 대중강연장과 스포츠센터도 들어선다. 케이티 매슈스 홍보실장은 “도심에 새로운 연구소가 들어서는 만큼 지역 주민과의 소통이 매우 중요하고 이는 크릭 연구소 운영의 5대 철학 중 하나”라며 “1000만 파운드(약 170억 원)를 투입해 연구소 내부에 대규모 주민센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크릭 연구소는 올해 2월 런던 과학박물관과 공동으로 하루 동안 ‘크릭의 과학박물관 이벤트’를 열어 설립 주체인 6개 기관 소속의 과학자 100여 명이 강연과 실험 등을 진행했다. 이 행사는 4시간 만에 6900여 명이 다녀가며 대성공을 거뒀다.

스미스 소장은 “DNA의 이중 나선 구조를 발견한 프랜시스 크릭은 영국 생명과학계의 ‘자존심’”이라며 “크릭의 이름을 붙인 연구소인 만큼 줄기세포, 뇌 과학, 유전자 연구 등 생명과학 전반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런던=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생명과학연구소#도심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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