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원 임성한·생활형 문영남·복수화신 김순옥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0월 16일 06시 55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자극적인 설정 등으로 ‘막장 드라마’를 이끌고 있는 임성한·문영남·김순옥 등 작가 3인방. 이들은 각각 다른 ‘막장’ 스타일로 자신만의 독특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맨 위에서부터 임성한의 ‘압구정 백야’, 문영남의 ‘왕가네 식구들’ 김순옥 작가의 ‘아내의유혹’과 ‘왔다! 장보리’의 한 장면. 사진제공|MBC·KBS·SBS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자극적인 설정 등으로 ‘막장 드라마’를 이끌고 있는 임성한·문영남·김순옥 등 작가 3인방. 이들은 각각 다른 ‘막장’ 스타일로 자신만의 독특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맨 위에서부터 임성한의 ‘압구정 백야’, 문영남의 ‘왕가네 식구들’ 김순옥 작가의 ‘아내의유혹’과 ‘왔다! 장보리’의 한 장면. 사진제공|MBC·KBS·SBS
■ ‘막장’ 드라마 작가 3인방 집중분석

임성한, 평범함을 거부한 소재
무속·남자 상의 탈의 필수요소

문영남, 우리 주변 가정의 모습
캐릭터 이름에 인물 특성 반영

김순옥, 복수극 ‘LTE급’ 전개
악 쓰는 女캐릭터 반드시 등장

이젠 하나의 장르로까지 착각하게 하는 ‘막장’ 드라마. 시청자는 비난하며 다신 보지 않겠다고 결심하지만 어느새 채널을 맞추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막장’ 드라마는 세상의 온갖 상상 가능한 극적 요소를 버무려 시청자의 정서를 최대한 자극한다. 그 최전선에 선 사람, 바로 작가다.

그 대표 작가는 임성한·문영남·김순옥. 이름만으로도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끌어 모으는 막강한 힘을 지닌 3인방이다. 임성한 작가는 현재 MBC 일일극 ‘압구정 백야’를 한창 집필 중이다. 김순옥 작가는 최근 MBC 주말극 ‘왔다! 장보리’를 큰 관심 속에 끝냈다. 문영남 작가는 지난해 KBS 2TV 주말극 ‘왕가네 식구들’ 이후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 막장이라고 다 같은 막장이 아니다!

임성한 작가는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이야기로 충격을 줬다. 2002년 ‘인어아가씨’는 이복동생의 약혼자를 빼앗아 결혼하는 내용으로 시청자를 경악하게 했다. 2005년 ‘하늘이시여’는 친딸을 며느리로 삼는 엄마가 등장했다. 코미디 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을 보다 웃겨 죽는 캐릭터의 등장은 지금도 ‘전설’로 회자된다. 2011년 ‘신기생뎐’에서는 눈에서 레이저를 쏘는 캐릭터까지 출현했다. 지난해 ‘오로라공주’에서는 등장인물을 가차 없이 죽음으로 내모는 결단력을 보여줬다. 예상과 예측이 불가능한 4차원형이다.

문영남 작가는 생활밀착형 스타일. 우리 주변 어딘가에 있을 법한 가정의 모습을 그리며 임성한 작가와는 다른 방식으로 시청자와 교감한다. 주로 서민층의 대가족이 등장하지만 이 중 누군가는 꼭 불륜을 저지른다. 밑바닥까지 가서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가정의 극단적인 모습이다. ‘왕가네 사람들’ ‘수상한 삼형제’ ‘조강지처클럽’ 등은 분명히 누군가의 이야기 같지만 표현의 정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두 작가가 긴장할 만한 필력을 자랑하는 김순옥 작가는 최근 종영한 ‘왔다! 장보리’를 통해 5년여 침체기를 끊고 ‘복수 작가’임을 입증했다. 2008년 ‘아내의 유혹’으로 이름을 알린 김 작가는 이듬해 ‘천사의 유혹’으로 복수 시리즈를 이어갔다. 처음부터 끝까지 복수를 위해 기회를 노린 주인공이 드디어 행동에 옮기면 이야기는 ‘LTE급’으로 전개된다.

세 작가는 이처럼 모두 각기 다른 스타일을 지녔지만 불륜, 시집살이, 출생의 비밀, 복수와 배신의 이야기는 공통으로 드라마에 녹여낸다. 논란에 비례해 시청률도 상승하는 힘도 갖고 있다. 연기자는 3인방의 드라마에 출연하면 주목받는 것은 시간문제. 그래서 이들과 자주 호흡을 맞추는 배우들은 ‘임성한 혹은 문영남, 김순옥 사단’으로 불린다.

● ‘○○○’ 꼭 있다!

막장 드라마의 열혈 시청자라면 이들의 신작을 보며 예상을 한다. 임성한 작가의 경우 이번에는 어떤 음식에 집착할지, 문영남 작가는 인물의 이름을 어떻게 정할지, 그리고 김순옥 작가의 드라마 속 악녀는 얼마나 소리를 지를지 말이다.

임성한 작가는 종교, 무속, 음식과 건강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2004년 ‘왕꽃선녀님’은 아예 무당집을 배경으로 했다. 남자출연자의 상의 탈의 장면도 필수다. ‘압구정 백야’에서는 임채무가 벗었고, ‘신기생뎐’에서는 여성 캐릭터가 남성의 ‘빨래판 복근’에 실제로 빨래를 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보석비빔밥’에는 정장 바지만 입은 채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장면도 있었다. 부자에게 승마는 기본이라는 듯 화려하게 포장하는 부르주아적 성향도 강하다.

문영남 작가는 캐릭터 이름만으로 인물의 특성을 단박에 파악할 수 있다. ‘조강지처클럽’의 한원수는 아내에게 원수 같은 존재다. 남편을 이용해 정나미 떨어지게 하는 정나미, ‘왕가네 식구들’ 속 우유부단한 성격을 보여준 고민중 등 독특한 작명이다. 또 불륜, 시집살이 등 악행을 저지른 사람들은 꼭 개과천선한다.

김순옥 작가는 악 쓰는 캐릭터가 드라마를 쥐락펴락한다. ‘왔다! 장보리’의 이유리와 ‘아내의 유혹’ 김서형이 대표적. 입을 크게 벌리고 목에 핏대를 세우며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는 여주인공이 꼭 등장하고 시청자는 어이없어 하면서도 이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트위터@bsm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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