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자라면 정우성 어디를 만지고 싶을까, 생각하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3일 11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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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담뺑덕’ 임필성 감독

임필성 감독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임필성 감독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그의 영화에 대한 평가는 중간이 없다. 관객은 1점 아니면 10점을 던진다. '남극일기'(2005년) '헨젤과 그레텔'(2007년) '인류멸망 보고서'(2011년) 등 임필성 감독(42)이 감독했거나 연출에 참여한 영화는 늘 극단적으로 호불호가 갈렸다. 국내보다는 해외 영화제의 반응이 더 좋은 것도 특징.

2일 개봉한 '마담 뺑덕'은 임 감독이 7년 만에 내놓은 장편 영화다. 고전 '심청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마담 뺑덕'은 학규(정우성)와 덕(이솜), 학규의 딸 청이(박소영)의 관계를 통해 사랑과 욕망, 집착을 다룬 치정멜로다.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임 감독은 "이번 작품은 중간층을 신경 써서 만든 영화"라고 했다. 18세 이상 관람가인 '마담 뺑덕'은 비슷한 시기 개봉한 '제보자' '슬로우 비디오'에 비하면 흥행 성적이 좋진 않다. 관객반응도 "흥미로운 해석"과 "어색한 막장"이라는 평으로 갈리지만 그래도 포털사이트 관객 평가점수만 보면 전작보다는 고른 편이다.

-늘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영화를 만들었다.
"늘 그랬다. 그래도 이번엔 비주얼이나 연출의 개성보다는 배우를 부각 시키고 사랑이라는 보편적 감정을 따라가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호불호가 갈린다. 결국 모두가 좋아하는 영화를 찍을 순 없다고 느꼈다."

-멜로는 처음 아닌가. 놀이공원 대관람차 정사신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15년 전 데뷔작인 단편 '베이비'가 여대생이랑 남자 고등학생의 얘기였는데 일종의 치정 멜로이긴 했다. '마담 뺑덕' 시사회에 허진호 감독이 왔는데 '앞 부분은 내 영화 같다'고 하더라. 후반부와의 대비를 위해 전반부는 최대한 정겹게 찍으려고 했는데 의외로 재밌었다. 원래 시나리오에선 정사신이 다람쥐 차에서 벌어지는 거였는데 촬영 전 놀이기구 조사를 한 후 대관람차로 바꿨다. 그편이 더 아름다울 거 같았다. 국내 개봉 전 캐나다 영화제에서 상영했는데 그곳 여성 관객들이 열광했다. '앞으로 대관람차를 똑같은 마음으로 쳐다볼 수 없을 것 같다'면서."

-고려한 타깃이 있나.
"타깃 층 생각을 가장 많이 했던 영화다. 남녀가 치정 멜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데 여성 관객의 시각에서 연애감정이 쌓이는 걸 크리에이티브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예를 들어 여자가 남자에게 '안 떨어질거야'라고 말하거나, 남녀의 관계 후 여자의 엄마가 딸을 기다리는 장면을 넣는 편집은 기존 정사신에서 잘 나오지 않는 방식이다. 특히 20, 30대 여성이 보고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지점을 고민했다. 내가 여자라면 정우성의 어디를 만지고 싶을까 생각하면서 찍었다."

-정우성이 이만큼 노출한 것도 처음이다.
"정우성이 캐스팅 안됐으면 영화 안 찍었을 거다. 영화 속 학규는 어떻게 봐도 몹쓸 캐릭터다. 마음 속 오빠나 전 여성의 섹스 심벌 정도 되어야 용서받을 수 있는데 정우성이면 가능할 것 같았다. 배우의 매력을 온전히 보여주면서 캐릭터와 밀착시키려다보니 다른 영화보다 남성 클로즈업 신이 많았다. (정우성이) 초반 어이없이 하긴 했다. 내가 등에 분무기로 물 뿌리면서 클로즈업하겠다고 나서니까 '감독님 나 좋아하는 거 같다'면서 '미친 여중생' 같다고 하더라(웃음). 정사신은 대사도 없고 몸을 사리면 치사한 앵글이 나온다. 배우의 역할이 크다."

-그러고 보니 에로코미디 '아티스트 봉만대'에도 배우로 출연하지 않았나. 충무로의 '연기파 감독'으로도 불린다.
"'괴물'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 '아티스트 봉만대' 등에 배우로 출연했다. 심지어 일본 영화에도 출연제안을 받았다. '아티스트 봉만대'는 속아서 출연했다. 잠깐 카메오 출연인줄 알고 갔는데 40분이나 나왔다. 봉준호, 이재용, 봉만대 감독 모두 자기 세계가 있는 감독들이다 보니 출연하면서 배우는 게 많다."

-이번 영화에서는 덕이와 청이 사이에 동성애 코드를 의도한 것 같던데 잘 드러나지 않았다.
"덕이는 청이에게 엄마 혹은 연인 같은 의미다. 그렇게 의도하고 찍었는데 나중에 10분 정도 잘라냈다. 블라인드 시사를 했는데 관객들이 학규와 덕이가 아닌 청이가 오래 나오는 걸 힘들어하더라. 덕이와 청이의 동성애적 분위기를 불편해하는 이들도 있었다. 상업영화 감독으로서 유연한 중간점을 찾아야했다."

-상업성에 대해 많이 고려한 것 같다.
"감독이란 게 많은 돈을 쓰는 만큼 책임이 필요한 자리다. 예전엔 특이한 모티브를 찾아 내가 보고 싶은 영화, 보고 싶은 장면 위주로 찍었다면 이제는 필요한 장면을 찍으려고 노력한다. 이번엔 예산을 맞추고 제작기한 넘기지 않는 게 목표였고 지켰다. 그게 프로 감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임필성 표 영화는 여전히 '주류에서 벗어나 있다'는 평가가 많다.
"유럽이나 미국 장르영화를 좋아했고 섞일 수 없는 감정을 섞는 시도를 좋아한다. 이번 영화는 많이 자제했는데도 그런 취향이 남아있는 것 같다. 철이 없나보다. 하지만 나는 감독이 자기 색깔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독이 무척 선망받기도 하지만 배우나 촬영감독 같은 아티스트부터 투자사, 언론까지 굉장히 다양한 사람을 설득하다보면 넝마가 된다는 느낌도 든다. 그럼에도 이 짓을 하면서 지키고 싶은 것은,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어떤 감성인 것 같다. 그런 감수성을 유지하려고 계속 도전하는 거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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