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2015 V리그 팀별 전력분석] 신영수-마이클 공격성공률 Up! 대한항공 날개 달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0월 13일 06시 40분


대한항공은 3번째 시즌을 맞는 김종민 감독의 지도력과 단단한 백업선수층, 한층 강해진 체력을 앞세워 V리그 첫 통합우승에 도전한다. 대한항공은 올 7월 코보(KOVO)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코보컵 정상을 차지한 뒤 헹가래를 받고 있는 김 감독의 웃는 얼굴이 V리그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까. 스포츠동아DB
대한항공은 3번째 시즌을 맞는 김종민 감독의 지도력과 단단한 백업선수층, 한층 강해진 체력을 앞세워 V리그 첫 통합우승에 도전한다. 대한항공은 올 7월 코보(KOVO)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코보컵 정상을 차지한 뒤 헹가래를 받고 있는 김 감독의 웃는 얼굴이 V리그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까. 스포츠동아DB
3. 다시 정상 도전에 나서는 대한항공

세상 모든 승리에는 이유가 없을 수도 있지만 패배에는 이유가 있다. 3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던 대한항공은 2013∼2014시즌 플레이오프에서 멈췄다. 경기도 신갈훈련장 벽에는 “우연한 승리는 있어도 우연한 패배는 없다”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상징적이다.

지난 시즌 실패의 첫 번째 이유는 개막 직전에 결정된 주전세터 한선수의 군입대였다. 결정의 시기가 나빴다. 4라운드를 앞두고 삼성화재와 트레이드를 해서 강민웅을 데려오기 전까지 황동일 조재영 백광언 등이 나섰지만 주전 자리를 정하지 못했다. 어수선했다.

간신히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이번에는 신영수가 허리고장으로 빠졌다. 맥없이 PO에서 탈락한 두 번째 이유였다. 대한항공은 고비마다 선수들의 부상으로 우승 목전에서 물러났다. 이것을 팀의 운명으로 봐야할까 아니면 선수관리의 거듭된 실패로 봐야할까.

다시 정상도전에 나서는 대한항공의 장점은 풍부한 백업요원이다. 6라운드로 늘어난 경기 일정상 주전을 도와줄 백업 멤버는 중요하다. 대한항공은 다른 팀에 비해 주전과 백업의 격차가 거의 없다. 가동 인원도 많다. 이번에는 우승을 실어 나르고 싶은 점보스 훈련장에는 이런 글귀도 있다. “팀으로 하나 되는 점보스.” 김종민 감독은 모두의 마음을 모으고 있다.

2년차 마이클 테크닉 좋아 키플레이어 기대감
전진용·김형우, 진상헌 군입대 센터 공백메워
주전과 전력격차 없는 풍부한 백업요원 장점
강한 체력·조직력으로 KOVO컵 우승도 경험

● 조직력의 배구를 위해 극한을 경험했다

2시즌 전 신영철 감독의 갑작스러운 경질로 대행자리를 맡아 준우승을 차지했던 김종민 감독은 지난 시즌 정식 감독이 됐다. 초반 팀이 불안할 때 주위에서 흔드는 사람도 많았다. 사령탑의 경험은 적었지만 뚝심이 있었다. 잘 버텼다. 스스로의 색깔을 만들어가며 선수들을 다독거렸다. 코치 때는 베테랑들과 형 동생으로 지내던 사이였지만 감독과 코치, 선수는 다르다는 것을 일찍 알았다. 감독자리의 외로움도 요즘 실감하고 있다.

이번 시즌에 들어가면서 김 감독은 더욱 선수들을 다그쳤다. 지도방법의 변화를 시도했다. 7월 KOVO컵에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1승을 목표로 출전했지만 예상을 깨고 우승했다. 5월 훈련시작 때 선수들에게 싫은 소리를 많이 해가며 강한 체력을 만든 결과였다. ‘이렇게 힘들게 훈련하면 좋은 결과가 오는구나’라는 생각을 선수들에게 심어준 것이 우승 보너스보다 더 귀한 성과라고 믿는다. 이후 체력훈련의 강도는 더 올라갔다. 연습경기에서 질 때마다 선착순으로 숙소 인근의 저수지를 달렸던 크로스컨트리는 약과였다. 강도 높은 인터벌 훈련과 주 2회의 셔틀런(20m 구간 왕복달리기) 속에 선수들은 극한을 경험했다. 400m 트랙을 1분 안에 돌아오는 달리기를 10차례 반복하는 인터벌 훈련은 힘들었다. 제한시간을 넘기면 추가로 뛰었다. 셔틀런은 150회를 넘겼다. 외국인선수 마이클마저 기준 120회를 채웠다.

대신 젊은 감독답게 훈련과 휴식은 확실히 구분했다. 코트와 연습장에서는 엄격했지만 여가 시간에는 가능하면 선수들이 편하게 지내도록 풀어줬다.

● 팀의 약점은 센터 그러나 참고 기다린다

진상헌의 군입대로 센터의 공백이 크다. 다행히 삼성화재에서 데려온 203cm의 장신 전진용이 KOVO컵에서 큰 역할을 해줬다. 아직 상대의 플레이를 읽고 예측하는 리딩 능력은 부족하다. 김 감독은 경기경험을 쌓아주며 성장을 기다린다. “공을 보지 말고 상대를 보라. 지금 잘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주고 있다.

가장 기대가 큰 선수는 김형우다. 2005년 입단해 우여곡절 속에 선수생활을 이어가는 선수다. 어깨수술 두 차례, 아킬레스건 수술 한 차례 등 총 4번의 수술을 받고 3년이라는 긴 재활을 겪었다. 아픈 어깨 때문에 2012년 밀려서 은퇴 당했다가 센터가 필요한 팀 사정 때문에 다시 복귀했다. 왼손 4번째 손가락은 부상 후유증으로 제대로 펴지지 않는다. 장애판정을 받았다. 김 감독은 “인간승리의 표본”이라며 많은 기회를 줬다. 지난 시즌 막판부터 그토록 김형우를 괴롭히던 어깨통증이 줄어들었다. 아직은 경기 다음날 혹은 많은 훈련을 한 뒤에는 통증이 있지만 참고 견딜만하다. 부상 트라우마를 완전히 떨쳐버리지는 못했지만 운동을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미래가 암담했던 그 시절을 생각하며 견딘다.

“김형우가 지난 시즌 진상헌 정도만 해주면 문제없다.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김 감독은 기대했다. 베테랑 이영택도 오른 무릎의 통증을 참고 고비마다 조커로 나선다. 팀의 전체적인 전력구조상 센터진이 불안하지만 가장 믿고 희망을 거는 곳도 센터와 블로킹이다.

● 초반을 잘 넘기면 2015년에는 희망이 보인다

지난 시즌 초반 부진으로 끝까지 고생했다. 이번 시즌은 초반부터 전력투구다. 역대 가장 팀간 전력차가 적은 시즌이기에 상대에게 약점을 잡히지 않아야 한다. KOVO컵 MVP 신영수는 높은 타점과 힘을 이용한 공격뿐만 아니라 상대의 블로킹을 보고 이용하는 노련미까지 갖춰가고 있다. 상대 팀에 비해 레프트 자원은 풍부하다. 내년 1월이면 든든한 구원군이 가세한다. 김학민이 공익근무를 마치고 합류한다. 신영수와 김학민을 동시에 쓸 수 없는 형편이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예비카드를 가졌다. 신영수의 힘이 떨어질 즈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차출됐던 곽승석은 몸을 정비한 뒤 천천히 출전한다. 시즌 초반 정지석이 윙리시버 역할을 한다. 팀내에서 가장 멘탈이 좋은 선수다.

김 감독은 혼자보다는 코트에 나서는 6명이 힘을 합쳐 조직으로 상대를 누르는 배구를 원한다. “리시브가 되어야 하겠지만 세트플레이를 만들어서 다양한 득점을 하는 배구를 하고 싶다. 나보다는 팀을 위해 서로를 믿고 책임감을 가져달라고 선수들에게 당부한다.”

● 키 플레이어는 마이클…득점보다는 성공률 끌어올리기에 방점

한국무대 2년째를 맞이하는 마이클의 테크닉은 여전하다. 쿠바에서 많은 휴식을 하고 온 터라 한국에 복귀했을 때는 걱정도 많았지만 충분한 체력훈련을 통해 정상에 근접하고 있다. 김 감독은 마이클의 공격성공률이 이번 시즌의 중요한 요소라고 본다. 공격점유율은 지난 시즌과 비슷하게 유지하면서 성공률을 올려달라고 주문했다. 지난 시즌 대한항공의 공격성공률은 51%. 마이클은 53%를 기록했다. 이 수치를 55%까지 올려준다면 훨씬 시즌을 꾸려나가기 편할 것이다. 시즌 MVP였던 삼성화재 레오의 공격성공률은 56%였다.

이제는 한선수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하는 세터 강민웅이 어느 정도 분배를 해줄지 관심이 크다. 김 감독은 KOVO컵에서의 경험을 통해 모든 공격수를 믿고 고른 분배를 해달라고 주문한다. “우리는 다른 팀에 비해 마이클과 신영수라는 날개 공격수가 확실하고 곽승석 정지석이 맡는 서브리시브도 탄탄하다. 마이클이 35∼40%, 신영수가 25%의 점유율로 득점을 해줬을 경우가 가장 팀에 이상적이고 쉽게 이기는 패턴이 나온다”고 했다. 베테랑 최부식과 김지원이 지키는 리베로도 믿을만하지만 찜찜한 구석은 있다. 최부식은 가진 기량에 비해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멘탈이 아쉽다. 자신과 싸우지 말고 상대와 싸우기를 기대한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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