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얼굴없는 통치’ 지속… 北 불안 커질듯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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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당 창건일 금수산 참배 불참
1년 넘게 다리 이상… 악화 가능성, 러시아 의사 여전히 평양 머물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처음으로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불참한 것은 북한 권력 내부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보여준다. 김일성이나 김정일에 비해 권력기반이 상대적으로 불안했던 김정은은 당 창건일은 물론이고 주요 기념일을 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정은의 건강 이상설은 실각설, 감금설 등 온갖 억측으로 번지고 있다.

정보 당국 소식통은 10일 “정상적으로 걸을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오늘 참배에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일단 “심각한 통치 이상 현상은 파악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향후 김정은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30대의 젊은 지도자가 건강상의 이유로 행동에 제약을 받게 되고 잠적 상태가 지속될 경우 북한 권부의 내부적 동요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체제 안정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미 1년 넘게 다리 이상이 계속됐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가운데 김정은을 둘러싼 각종 루머 또한 심화되고 있다. 출처가 불분명한 평양 계엄령 선포설 등이 난무하고 있고, 김정은을 치료한 독일 의사의 말을 인용했다며 “병색이 짙다”는 소식까지도 들린다. CNN 등 서방 매체는 전문가를 인용해 김정은의 정신병설, 여동생 김여정의 대리통치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북한 매체들이 일본 단체와 중국 항일혁명열사의 가족들이 김정은의 건강을 기원하는 꽃바구니를 보내왔다는 소식을 10일 보도한 것도 이런 기류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내부까지 건강 이상설이 확대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한 듯하다. 치료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니 염려 말라는 메시지도 담긴 셈이다.

하지만 김정은을 치료하기 위해 최근 방북했던 외국인 의사들 가운데 러시아 의사가 여전히 북한에 머물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김정은이 수술을 받고 안정을 취하며 회복 중이라면 굳이 러시아 의사가 지금까지 남아있을 필요가 없다.

대북 정보 소식통은 “독일 의사는 귀국했지만 러시아 의사는 아직 잔류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정보 소식통은 “(러시아 의사의 귀국 여부는)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북한 이상설을 부인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김정은의 통치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의 아버지 김정일 역시 꺾어지는 해가 아닌 경우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은 때가 있었고 본인 명의의 꽃바구니를 진정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당 창건 69주년인 올해는 북한이 큰 의미를 부여하는 이른바 ‘꺾어지는 해’(끝자리 숫자가 0이나 5인 주년)가 아니라는 점을 설명한 것이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창건일#김정은#금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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