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결혼 허용’ 손들어준 美연방대법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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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주 ‘법적금지 요청’ 상고 각하… 기존 19개주外 11곳서 합법화
언론 “팽팽했던 전투 끝낸 분수령”… 동성결혼 자체 합헌판단은 안내려

미국 역사에서 6일은 동성결혼의 합법화를 둘러싼 오랜 전투의 승부가 갈린 날로 기록될 듯하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날 “동성결혼을 법적으로 금지해 달라”는 버지니아 오클라호마 위스콘신 유타 인디애나 등 미국 5개 주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동성결혼 금지는 위헌이므로 이를 허용해야 한다”는 이들 5개 주 항소법원 판결에 불복해 주 정부들이 낸 상고에 대법원은 별도 사유 없이 ‘심리하지 않겠다’며 각하했다. 이 결정은 ‘동성결혼 금지가 위헌이라는 항소법원 판결이 나왔으나 아직 상고하지 않은’ 콜로라도 와이오밍 캔자스 웨스트버지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6개 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들 11개 주가 동성결혼을 이미 허용한 기존 19개 주와 워싱턴DC에 더해지면서 미국 내에서 동성결혼이 합법인 주는 30개로 늘어났다. 전체 50개 주 가운데 3분의 2 가까이가 동성결혼 합법지역이 됐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미 언론들이 “팽팽했던 전투의 승부가 결정된 역사적 분수령”이라고 평가했다.

뉴욕데일리뉴스는 “6일 아침까지 동성결혼은 19개 주와 워싱턴DC에서만 합법이었지만 이날 대법원 결정으로 30개로 늘었고 오랜 전투도 사실상 끝났다”고 보도했다. 동성결혼을 금지하는 20개 주도 동성결혼 합법 관련 소송이 진행되면 결국 이번 연방대법원 결정이 적용되기 때문에 사실상 미국 전역에서 동성결혼이 허용된 것과 마찬가지다.

동성결혼 반대 진영은 강하게 반발했다. 미 가톨릭 주교회의 산하 결혼보호위원회 위원장인 살바토르 코딜레온 샌프란시스코 대교구장은 “연방법원이 부당한 결혼을 해결하는 데 실패했고 국가 전체를 심각한 걱정에 빠뜨렸다”고 비판했다. 가톨릭교회는 동성애 차별에는 반대하지만 남녀의 결합만을 결혼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고수해왔다.

대법원의 이번 결정은 충분히 예상됐다. 지난해 6월 ‘결혼은 한 남성과 한 여성의 이성 간 결합’이라고 규정해 동성 커플엔 각종 혜택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한 결혼보호법(DOMA·1996년 제정)에 ‘평등권을 보장한 헌법에 어긋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동성결혼 자체의 합헌성에는 최종 판단을 내리지 않아 책임 회피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을 중심으로 동성결혼 합법화 지지가 대세다. 차기 대선 유력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공개 지지를 선언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동성결혼을 포함해 성소수자 인권 향상에 누구보다도 앞장서 왔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동성결혼 허용#미국#미국 연방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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