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수반 “시위대와 대화”… 충돌 일보직전 협상 제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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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혁명 현장 고기정 특파원 르포]
렁춘잉 행정장관 “사임은 안해”
청사진입 예고시간 30분전 회견… 정치개혁 접점 찾을지는 미지수

고기정 특파원
고기정 특파원
물리적 충돌 직전까지 갔던 홍콩의 도심 점거 시위대와 홍콩 정부가 극적으로 협상의 실마리를 찾았다. 이로써 지난달 28일 시작된 홍콩 사태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줄었지만 양측이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도출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홍콩 수반인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은 앞서 1일 대학생 모임인 홍콩전상학생연회(香港專上學生聯會·학련)가 정부 청사 진입 시점으로 선포한 3일 0시를 30분 남긴 2일 오후 11시 반에 기자회견을 열고 시위 중단과 대화를 제안했다.

이날 회견은 학련이 2일 오후 렁 장관 대신 홍콩의 2인자 캐리 람(林鄭月娥) 정무사장(司長·총리 격)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공개 서신을 보낸 데 대한 회답 성격이었다. 이 자리에는 온건파로 알려진 캐리 람 사장이 렁 장관과 함께해 본인이 대화 상대로 지명됐다고 말했다. 이로써 시위대와 홍콩 정부는 서로가 부담스러운 물리적 충돌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됐다. 그러나 렁 행정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홍콩 선거 개혁 업무를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사임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시위대 일부는 정부 청사를 방어하기 위해 경찰이 쳐놓은 바리케이드를 제거하려 하는 등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에 맞서 홍콩 경찰은 오후 4시 45분경 정부 청사를 둘러싸고 있는 시위대를 뚫고 고무총탄과 최루탄, 곤봉 등의 진압장비를 반입했다. 청사 수비 인원도 100명 이상 늘렸다. 스티븐 휘 경찰총부 대변인은 “우리는 공공건물을 지키기 위한 충분한 인력을 갖고 있고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행동(진압)을 취할 것”이라며 이번 시위를 촉발한 최루탄 사용도 배제하지 않을 뜻임을 밝혔다.

양측이 대화 재개 가능성을 열어 놓은 만큼 2017년 직선제 도입과 관련한 정치개혁 논의가 본격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 중앙정부가 시위대의 핵심 요구 사항이던 ‘완전한 직선제’를 수용하기 쉽지 않은 데다 렁 장관도 퇴진을 거부한 만큼 만족할 만한 접점을 찾는 데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홍콩 우산혁명#홍콩 시위#홍콩 민주화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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