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 러브 스테이지] 김재만, 코믹연기의 달인…그의 웃음엔 ‘땀과 눈물’이 배어 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0월 3일 06시 55분


뮤지컬계 코믹연기의 달인 김재만이 원로배우 박웅과 함께 2인극 ‘수상한 수업’을 공연한다. ‘배우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김재만의 인간적인 연기가 무대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해지는 연극이다. 사진제공|예술의전당
뮤지컬계 코믹연기의 달인 김재만이 원로배우 박웅과 함께 2인극 ‘수상한 수업’을 공연한다. ‘배우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김재만의 인간적인 연기가 무대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해지는 연극이다. 사진제공|예술의전당
■ 연극 ‘수상한 수업’ 김재만

연기 속에 ‘인간의 냄새’ 진동하는 배우
아가씨와 건달들·그리스 등 뮤지컬 출연
모처럼 연극 무대…원로 박웅과의 2인극


김재만(41)은 이름만 들어도 ‘재주가 많을 것’ 같은 배우다. 사실이다. 회식자리에서 그가 한 손에 두 개씩, 네 개의 숟가락만으로 24개 리듬악기를 두드리는 듯한 비트박스를 만들어내 밥 먹던 사람들을 광란하게 만드는 장면을 목도한 일이 있다.

‘좋은 인간이 좋은 배우다’라는 말이 옳다면, 그는 확실히 ‘좋은 배우’다. 배우로서도 동료로서도 형 동생으로서도 두 아이의 아빠이자 한 아내의 남편으로서도 그는 ‘좋은 인간’이다. 그래서 그의 연기에서는 ‘인간의 냄새’가 진동한다. 코믹연기로 일가를 이루었지만 그의 코믹연기가 마냥 웃기지만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입으로는 웃지만, 어느새 눈가가 시큰해지는 연기의 맛을 낸다. 공연이 끝난 후 커튼콜에서 그는 주연이 등장하기 전에 관객의 기립을 이끌어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배우 중의 한 명이다.

1991년 고3 학생신분으로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에 출연하며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드라마, 영화로도 팬들과 자주 만났지만 ‘그리스’, ‘드라큘라’, ‘살짜기옵서예’ 등 뮤지컬 무대에 가장 많이 섰다. 2005년 뮤지컬 ‘돈키호테’의 산초 역으로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김재만이 주무대인 뮤지컬을 떠나 모처럼 연극무대에 선다. 그것도 남자배우 두 명만 등장하는 보기 드문 스타일의 2인극이다. 상대배우는 원로배우 박웅(74). 두 남자는 보름 남짓 남은 개막을 앞두고 연습실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제목이 ‘수상한 수업(오은희 작·이주아 연출)’이다. 연극계의 스타를 꿈꾸는 유진원(김재만 분)에게 어느 날 “5000만원을 줄 테니 연기를 가르쳐달라”며 노신사(박웅 분)가 찾아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두 사람은 등대 하나만 덜렁 있는 무인도에서 49일간 리어왕 연기수업을 진행한다. 이들의 수상한 수업 뒤에는 놀라운 반전이 숨겨져 있다.

김재만은 “배우들에게는 묘한 ‘운명’같은 게 있다”고 했다. 말이 씨가 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운전에 재미를 붙여 카레이싱 동호회에 가입했는데 몇 달 뒤 카레이서 역할을 맡게 되는 식이다.

김재만은 늦깎이 대학생이다. 경복대학교 2학년 뮤지컬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다. 최근 자신이 대본을 쓰고 연출을 맡아 학생 뮤지컬 ‘종이비행기’를 무대에 올려 호평을 받았다. 김재만은 “종이비행기를 만들었던 과정이 ‘수상한 수업’과 많은 점에서 닮았다. 대본을 받아보는 순간 소름이 돋더라”고 했다.

20년이 넘도록 ‘무대 밥’을 먹고 살아 온 김재만에게는 독특한 ‘배우철학’이 있다. “상대배우를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이다. “남자건 여자건 상대배우를 사랑하지 않으면 밟게 된다”고 했다. 사랑해야 무대에서 상대배우가 오버를 하거나 애드리브를 치더라도 받아줄 수 있게 된다. “배우로서보다는 ‘사람’으로 기억에 남고 싶다”라고도 했다.

‘수상한 수업’은 1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김재만의 연기는 웃음 속에 땀과 눈물이 진하게 배어 있다. 그래서 그의 연기는 짜다. 믿기 어려우신가. 수상하면 수상한 수업을 보시라.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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