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밥값도 못한 국회의원들, 무슨 낯으로 세비 올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일 03시 00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는 세월호 특별법이 타결된 뒤 부둥켜안고 활짝 웃었다. 김 대표는 “(국회가) 밥값을 한 것 같아 다행”이라는 말을 했지만 국민 생각과는 동떨어졌다. 5개월 동안 법안 처리 0건의 ‘식물 국회’를 만든 것에 대한 통렬한 사과와 반성을 해도 시원치 않을 판이다.

국회는 내년 국회의원에게 지급하는 세비를 3.8%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국회의원 세비와 국회사무처 인건비를 공무원 보수 인상률과 같은 폭으로 인상하는 세출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대로 확정되면 내년도 국회의원 1인당 연간 세비는 1억4320만 원으로 올해보다 524만 원 오른다.

자유경제원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국회의원 1년 세비는 우리 국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인 2450만 원의 5.6배에 이른다. 이 비율은 일본을 제외하면 GDP의 2∼3배인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월등히 높다. 미국은 3.5배, 영국은 2.8배, 프랑스는 2.64배다. 영국은 총리와 야당 대표 딱 두 자리를 빼고는 국회의원을 위한 주차 공간조차 주지 않는다. 국회의원들은 자전거나 전철로 국회에 출근한다. 스웨덴 의원들은 관용차와 운전사도, 보좌진도 없지만 한 해 평균 70개 이상의 입법안을 낼 만큼 일을 많이 한다. 그래서 총선 때마다 “너무 힘들다”며 자발적으로 의원직을 그만두는 정치인이 적지 않다.

세비 인상안은 앞으로 국회 운영위 심의와 예산결산특별위 심사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확정된다. 여야는 지난 총선과 대선 당시 앞다투듯 “국회의원 특권을 내려놓겠다”며 30% 세비 삭감을 약속한 바 있다. 이제 약속을 지킬 때가 됐다. 내년도 세비 동결과 함께 지난 5개월간 세비를 스스로 반납하는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

올해 추석 때 387만 원의 상여금을 반납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은 어제 페이스북을 통해 “벼룩도 낯짝이 있다. 우리가 무슨 낯으로 세비 인상안에 동의할 수 있느냐”며 세비 인상에 반대했다. 조해진 김영우 의원 등 새누리당 쇄신모임 ‘아침소리’ 소속 의원 12명도 “세비 인상은 자숙하고 반성해야 할 국회가 국민적 신뢰를 더 훼손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여야는 국민들에게 속죄하는 의미에서라도 새누리당 이진복 의원이 2012년 발의한 국회의원의 ‘무노동 무임금’ 법안을 조속히 심의해 통과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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