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뇌관’으로 봉합한 세월호 법, 유족이 터뜨릴까 두렵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일 03시 00분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그제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타결했으나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뇌관’이 아직도 남아 있다. 합의문에 포함된 ‘유족의 특별검사 후보군 추천 참여 여부는 추후 논의한다’는 조항이다. 단원고 유족들은 공개적으로 협상안에 반대했고 야당 일부 의원들도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야당이 이 조항을 구실로 여당에 유족 참여를 요구할 경우 또다시 국회가 정상 궤도를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 2차 합의 때 특검 추천위원 7명 가운데 여당 몫 2명을 야당과 유족의 동의를 받아 선정하기로 한 것만 해도 상설특검법의 특검 추천 방식을 벗어난 특례다. 여기에 여야가 합의로 4명의 특검 후보를 선정해 특검 추천위원회에 제시하도록 한 것은 특례에 특례를 얹은 꼴이다. 추천위원회의 정치적 독립성을 사실상 무력화했다.

올해 3월 제정된 상설특검법은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시절 특검 수사의 일반 원칙을 정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특별법인 세월호법이 일반법인 상설특검법보다 우선하기 때문에 특례를 둔다고 해도 형식 논리상으로는 문제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힘들게 상설특검법을 만들어놓고 첫 적용 대상부터 특례에 특례를 거듭하니 상설특검법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이런 특례도 모자라 단원고 유족들은 여야가 4명의 특검 후보군을 추천할 때 자신들도 참여할 수 있게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피해 당사자가 수사 책임자를 선정하는 데 나서는 것은 일종의 자력구제(自力救濟)에 해당하고 대의민주주의를 훼손한다. 일각에선 유족들에게 ‘입법권’보다 중요한 ‘주권’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궤변일 뿐이다.

단원고 유족들도 “믿었던 야당에 배신당했다”며 합의안에 반대하는 강경파와 수용 쪽으로 기운 온건파로 분열돼 있다고 한다. 어제 여야 원내대표가 안산으로 가 단원고 유족 설득에 나선 것은 잘한 일이다. 유족들도 국회를 믿고 차분하게 입법안 처리를 지켜볼 때가 됐다. 더이상 무리한 요구를 계속한다면 국민들이 아예 등을 돌릴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야당 의원들도 정략이나 정치적 사익을 위해 유족들을 이용하거나 부추기는 행태를 삼가야 할 것이다.
#세월호 법#단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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