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속마음 알아내는 기술, 문명의 利器냐 흉기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2040년에는 (인간의 생각을 텍스트 메시지로 만들어 보내는) 기기를 신체에 이식해 말하지 않고 생각만으로 타인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된다. ―‘유엔미래보고서 2040’ 박영숙 외 지음 교보문고·2013년》

‘사토라레’라는 일본 영화가 있다. 사토라레는 그의 생각이 주변 사람들에게 모두 들리는 사람을 말한다. 하지만 본인은 그 사실을 모른다. 영화는 한 젊은 외과의사가 사토라레로서 겪는 갖가지 일들을 보여준다. 일터에서 처음 만나는 여성과 인사를 하면서 ‘노땅이잖아’라고 생각하면 그 ‘노땅’이 그 소리를 듣는다. 그의 속마음을 듣는 이들은 당황하며 표정이 일그러진다.

유엔미래보고서는 ‘인간의 생각을 텍스트 메시지로 만들어 보내는 기계’가 2040년에는 실용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크기가 작아 사람 몸에 이식할 수도 있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런 장치는 말을 할 수 없거나 듣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유용하며, 이런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하는 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하지만 이런 유용함뿐일까. 진짜로 생각을 전달해 주는 기기가 상용화된다면 세상은 혼돈으로 가득 차지 않을까 싶다. 사토라레인 외과의사가 여러 사람을 불편하고 당황하게 만든 것처럼 곳곳에서 싸움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한편으로는 오죽 답답하면 다른 이의 생각을 읽는 장치를 개발하려고 할까라는 생각도 든다. 상대의 속마음을 읽는 게 그만큼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기술의 도움을 받아 상대의 속마음을 알아내기를 원하기에 앞서 자신이 상대와의 대화에 얼마나 열성적으로 임하는지 생각해보면 어떨까. 대화는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몸짓, 표정, 눈빛, 목소리로도 하는 것이다. 대화를 할 때 상대가 보내는 여러 가지 사인에 주목하면 굳이 기술의 도움이 없더라도 상대의 속마음을 어느 정도는 알아낼 수 있을 텐데.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