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 일단 ‘급한 불’ 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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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동부제철 자율협약 가닥… 회사채 만기 CNI도 자금 숨통
공장 담보로 추가대출 받을듯… 오너 금융지분 담보는 거부

동부그룹 채권단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동부제철에 대해 채권단 자율공동관리(자율협약)를 추진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몰릴 위기에 처했던 동부CNI는 그룹 측이 자금을 마련하며 ‘급한 불’을 일단 껐다.

이에 따라 채권단이 주도하는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동부제철 자구안에 채권단이 요구하는 동부그룹 오너 일가의 금융계열사 지분 담보제공 내용이 빠졌고, 동부그룹 계열사의 자산매각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이 향후 구조조정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KDB산업은행 등 동부그룹 채권단은 30일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점에서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구조조정 방안을 논의했다. 산은 관계자는 “자율협약을 전제로 논의했으며 이번 주 중 협약체결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기택 KDB산은금융지주 회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동부제철은 자율협약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부그룹은 이날 채권단에 동부제철의 향후 자구계획 이행방안 등을 담은 자율협약 신청서를 제출했다. 동부제철은 약 3개월간의 정밀실사를 거쳐 채권단 관리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동부제철 차원에서 마련할 수 있는 모든 자구계획을 담았다”며 “다만 채권단이 요구해 온 오너 일가의 동부화재 지분 추가 담보 설정 내용은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채권단은 동부그룹 측에 김준기 회장의 장남 남호 씨가 보유한 동부화재 지분(14.06%)의 추가 담보 설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동부그룹은 금융계열사의 경영권은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음 달 5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 도래를 앞두고 사면초가에 몰렸던 동부CNI도 채권단 지원과 계열사의 자금조달로 일단 한숨을 돌렸다. 업계에서는 동부CNI가 안산 공장 등을 담보로 추가 대출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동부그룹의 자산매각 성패가 향후 정상화의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채권단이 패키지 매각에 실패한 동부인천스틸·동부발전당진의 재매각을 통해 최대한 자금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부그룹 채권은행 관계자는 “동부 측이 애초 예상한 1조 원대 중반까지는 안 되더라도 최소한 산은 예상치인 8000억∼9000억 원가량을 매각대금으로 확보해야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동부그룹 계열사들의 법정관리 신청은 피해야 한다”며 “채권단과 이야기가 잘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동부그룹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모든 채권채무가 동결돼 은행은 물론 동부 계열사 회사채를 보유한 7600여 명의 개인 투자자들의 금전적 피해가 불가피하다.

김지현 jhk85@donga.com·이상훈 기자
#동부그룹#KDB#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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