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낮춰주며 재보험 집중 육성… 위안화-이슬람금융 유치에도 적극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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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금융허브… 싱가포르 비결은?

싱가포르는 최근 재보험, 위안화 거래 등 블루오션 영역을 개척하며 아시아 금융허브의 지위를 공고히 다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회사 빌딩들이 밀집해 있는 싱가포르 다운타운. 싱가포르=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싱가포르는 최근 재보험, 위안화 거래 등 블루오션 영역을 개척하며 아시아 금융허브의 지위를 공고히 다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회사 빌딩들이 밀집해 있는 싱가포르 다운타운. 싱가포르=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6월 27일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인근의 아시아 스퀘어 타워. 씨티은행 아시아태평양 본부를 비롯해 알리안츠, 피델리티, 블랙록, 미즈호 등 세계적 금융회사들이 이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 글로벌 보험중개회사 ‘가이 카펜터(Guy Carpenter)’에서 일하는 김기웅 대리는 “이곳이 싱가포르가 키우는 차세대 금융센터”라며 “세계 주요 금융사들이 모여 있어 정보 교류 등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가 ‘아시아의 금융허브’를 향한 엔진에 다시 불을 붙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통적인 금융산업인 증권, 자산운용 분야의 성장이 주춤하자 재보험, 위안화 거래와 같은 신(新)시장 개척에 나섰다. 지리적 장점과 산업구조의 특성을 십분 활용하는 싱가포르식 전략을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에 나선 한국도 눈여겨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아시아 보험허브’의 야심


보험사가 갑작스러운 보험금 지출에 대비해 가입하는 ‘보험의 보험’인 재(再)보험은 2000년대 후반부터 싱가포르 금융당국이 집중 육성하는 부문이다. 재보험업은 업종 특성상 각 나라의 ‘국가대표’ 재보험사 한두 곳이 뉴욕, 런던 등 금융허브 지역에 모여 전 세계의 보험사를 상대로 영업한다.

싱가포르는 과거 틈새시장으로 치부됐던 재보험의 잠재력을 간파하고 미래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최근 아태 지역의 경제규모가 커지고 자연재난이 빈번해지면서 아시아 보험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2008년 자산운용산업 육성을 위해 상속세와 증여세를 없앴듯이 재보험사 육성을 위한 세제지원 방안도 마련했다. 재보험사가 해외에서 거둔 이익에 대해서는 역내 보험수익 법인세율(17%)보다 낮은 10%의 세율을 적용한 것이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2000년 12억 싱가포르달러(약 9720억 원)였던 싱가포르 해외 재보험시장 규모는 2012년 38억 달러(약 3조780억 원)로 커졌고,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보험중심지로 도약하고 있다.

○ 앞서 가는 위안화 허브 경쟁

싱가포르는 중국 통화(通貨)인 위안화의 역외거래 거점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서도 주요 경쟁국을 한참 앞질러 나가고 있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싱가포르에서 거래된 역외 위안화 거래량은 작년 동기 대비 375% 증가했다. 세계 위안화 역외거래에서 싱가포르가 차지하는 비중은 6.8%로 런던(5.9%)을 이미 따돌렸다. 지난해 싱가포르 정부가 위안화 표시채권인 일명 ‘라이언시티 본드(Lion-City Bond)’ 발행을 허용하면서 중국 공상은행(ICBC), 중국은행(BOC)이 앞다퉈 싱가포르에서 위안화 거래를 늘리고 있다.

이슬람금융에서도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선두주자다. 2000년대 후반에 이미 이슬람율법(샤리아)에 맞춰 채권발행 관련 세법을 고쳤다. 싱가포르거래소(SGX)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와 손잡고 이슬람 주가지수도 개발했다. 지난해 말까지 싱가포르에서 발행된 이슬람 채권 규모는 약 11억 달러에 이른다.

최원근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우리도 중국을 배후 경제권으로 둔 여건 등을 활용한다면 글로벌 경쟁에 나설 만하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싱가포르#이슬람금융#위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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