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스씨 “난 한국과 생명을 나눈 사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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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앤드루스씨, 외국인으론 한국인에 첫 장기기증

2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서울아산병원에서 미국인 개브리엘 앤드루스 씨(28·사진)와 한국인 김용섭 씨(41)가 나란히 수술을 받았다. 앤드루스 씨의 신장을 김 씨에게 이식하는 수술이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이들이 생명을 주고받은 고귀한 순간이었다.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에 따르면 앤드루스 씨는 우리나라에서 살아있는 동안 타인에게 순수하게 신장을 기증한 첫 외국인이다. 2011년 국내에서 뇌사에 빠진 미국인 교사 린다 프릴 씨(당시 52세·여)가 5명에게 장기를 기증한 적이 있다.

앤드루스 씨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신학을 공부하다 2011년 훌쩍 한국으로 떠났다. 진리를 찾는 일에 지친 그는 미국에서 가장 먼 나라를 가봐야겠다고 결심했다. 미국에서 만난 착한 한국인 친구들과 매력적인 한국어가 그를 이곳으로 이끌었다. 한국에 와 1년간 경기 화성시 수원대에서 영문학을 가르치다 지금은 대전 한남대 조직신학과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미국에 있을 때부터 생명을 살리는 일을 실천하고 싶었던 그는 지난해 장기기증운동본부 대전충남지부의 문을 두드렸다.

25일 오후 병원에서 만난 앤드루스 씨는 “다른 사람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필요한 사람을 위해 장기를 기증하는 것은 의미 있는 행동이라고 줄곧 생각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침 한국에 있을 때 기회가 왔다. 가장 선한 일을 하는데 한국인, 미국인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앤드루스 씨의 선행은 8년째 만성신부전증을 앓아온 김 씨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김 씨는 병마와 싸우던 2007년 뇌사 장기기증서약을 했다. 신부전증 환자들을 위한 소액 후원도 하고 있다. 병으로 인한 고통을 직접 겪으며 환자들의 절박한 심정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이날 수술로 앤드루스 씨가 심은 생명 나눔의 씨앗을 김 씨가 이어받아 더 많은 이에게 돌려줄 수 있게 된 셈이다.

앤드루스 씨는 자신의 신장을 받은 이를 만나보고 싶지 않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감사를 바라고 한 일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저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장기기증을 통해 생명을 나누는 일이 더 많아지면 좋겠어요. 그뿐입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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