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道政도 개혁 소장파답게… 여야-민관 協治 이뤄낼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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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도지사에게 듣는다]
[동아일보-채널A 공동 인터뷰]<7>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자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자는 제주도의 ‘희망’이었다. 1982학년도 학력고사 전국 수석에 서울대 법과대학 수석 입학, 1992년 
사법시험에 수석으로 합격했고 정치인으로도 승승장구했기 때문이다. 이제 제주도를 책임지게 된 그는 “도민, 그리고 야당과 협력해 
발전의 동력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자는 제주도의 ‘희망’이었다. 1982학년도 학력고사 전국 수석에 서울대 법과대학 수석 입학, 1992년 사법시험에 수석으로 합격했고 정치인으로도 승승장구했기 때문이다. 이제 제주도를 책임지게 된 그는 “도민, 그리고 야당과 협력해 발전의 동력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6·4지방선거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이변’은 없었다.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자(50·새누리당)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다른 후보들을 크게 앞섰고 59.97%의 득표율로 무난히 당선됐다. 원 당선자는 선거 운동 기간에 유세차나 로고송을 활용한 대규모 동원 유세를 하지 않았다. 그는 “세월호 참사에 따른 국가적 대변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명령에 따르기 위해 새로운 선거패러다임을 만들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17일 제주시 연동의 한 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변화’ ‘융합’ ‘통합’을 강조하며 지방 행정, 정치의 변혁을 예고했다. 인터뷰는 동아일보 하종대 부국장과 종합편성TV 채널A의 이명건 사회부장이 맡았다.

―이번에 제주지사에 당선되면서 ‘여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2007년에 이미 대선 경선에 나간 적이 있어 새삼스러운 얘기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국회의원이 발언권을 통해 활동했다면 이제는 대한민국의 일부분인 지방정부를 맡아 일을 하고 성과를 내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책임감과 부담감을 많이 느낀다.”

―지난 2년 동안 정치권을 떠나 있었다. 제3자로 ‘여의도 정치’를 어떻게 봐왔는지….

“국회나 정부가 국민 삶의 기본적인 요구와 크게 동떨어져 있더라. 자기들만의 권력 논리에만 신경을 쓰는 경우가 많았다. 세월호 참사에서 보듯이 한쪽은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 다른 한쪽은 정치적인 공격 소재로 쓰려고 했다. 이에 대한 국민의 질책은 따가웠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면서도 합의, 융합을 실천하려는 움직임이 없었던 거다. 국민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고민에 빠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개조론’을 제시했는데….

“지금 우리나라는 당연히 개조돼야 한다. 그동안 국가 우선순위에 있어서 국민의 삶과 직결된 가치를 소홀히 했다. 관료주의 논리 등에 대한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 다만 국가개조론이 국민을 가르치는 방향으로 가선 안 된다. 권력자 스스로 자기책임, 자기개조론으로 연결해야 국민이 진정성을 인정한다.”

―국회의원 당시 ‘개혁적 소장파’로 분류됐다. 앞으로도 그런 자세를 유지할 것인가.

“물론이다. 제주도의 새로운 변화, 그 폭과 내용은 밖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이를 근본적으로 바꿀 생각이다. 당내 개혁파로 국가운영과 정치에 대해 개혁 목소리를 냈고 제주지사로서도 그럴 것이다. 이제는 지방정치와 행정에서 개혁을 실제 프로그램으로 현실화해야 하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

―고향을 떠나 주로 서울에서 정치활동을 했다. 도민들이 왜 지지했다고 생각하나.

“20여 년간 기존 지사들이 열심히 하긴 했지만 변화는 기대에 못 미쳤다. 변화를 현실화해 달라는 요구가 나를 선택한 것으로 본다. 성공이든 실패든 쌓아온 자산을 바탕으로 중앙정부와 협력해 제주를 한 단계 끌어 올려달라는 요구로 받아들인다.”

―선거 기간 제주 곳곳을 발로 누볐다. 당선된 이후 다시 ‘170개 마을투어’를 하고 있는데….

“내가 구상하는 도지사는 집무실에 앉아서 공무원들에게 보고 받고 결재하는 상이 아니다. 집무실은 마을과 현장에 있다. 도민 한 분 한 분이 스승이자 회의의 상대방으로 생각하고 있다. 실천하는 과정이다.”

―이번 선거에서 ‘협치(協治)’를 강조했다. 어떤 취지인가.

“기존의 ‘새 정치’라는 말은 너무 많이 오염됐다. 다른 정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여야 연합이 가능한 협력정치, 민간이 행정에 참여하는 민관협력을 할 것이다. 이게 협치다. 제주는 관료가 지나치게 강하고 큰 사회다. 관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행정으로는 도민이 원하는 변화를 현실화할 수 없다. 행정의 의사결정, 예산편성 및 배정, 실행에 민간이 직접 참가하면서 에너지와 아이디어를 행정에 반영할 계획이다.”

―중국 자본이 제주에 들어오면서 현안으로 떠올랐다.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중국 자본을 유치하고 선별하는 관리 방법을 바꿔야 한다. 투기성 자본, 난개발을 방치하면서 양적으로 성장하려는 개발정책은 문제가 있다. 지역경제와 상생하고 청정한 자연, 전통문화, 제주의 미래비전과 조화되는 방향으로 투자를 유도하고 관리하겠다. 제주를 싸게 팔아서는 안 된다. 비싸게 빌려주는 방향으로 투자유치 정책을 전환하겠다.”

―제주국제공항이 포화상태다. 제주에 가고 싶어도 항공좌석이 없어서 포기하는 일이 많다. 해법은 무엇인지….

“제주 공항 인프라의 확충은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하다. 이미 용역 결과에서 2018년 제주국제공항이 포화상태에 이른다고 나와 있다. 정부에서 돈을 못 주니까 현재의 공항을 팔고 그 수익으로 공항을 건설하라는 안이 있어 문제가 됐다. 현 제주의 도시구조는 기존 공항을 전제로 적응됐기 때문에 공항 매각은 있을 수 없다. 바다를 매립해 신규 활주로를 놓든지, 기존 공항을 활용하면서 신공항을 짓든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협의를 시작할 것이고 중앙재정 지원에 의한 추진이 기본 원칙이다.”

―제주도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주도민이 선거에서 바란 건 ‘변화’였다. 분열된 사회를 하나로 봉합하라는 것이다. 열정과 진정성을 담아 일을 하겠다. 그 과정에서 도민의 참여와 의식 개선이 필수적이다. 많은 도움을 부탁드린다.”

원 당선자와의 인터뷰는 24일 오전 8시 채널A ‘새 시도지사에게 바란다’ 프로그램에서도 볼 수 있다.  

▼ 관료싸움에 지친 표심, 젊은 龍 선택 ▼

정치인 출신으론 첫 당선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자(왼쪽)가 동아일보 하종대 부국장(가운데), 채널A 이명건 사회부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자(왼쪽)가 동아일보 하종대 부국장(가운데), 채널A 이명건 사회부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
제주지사는 1995년 민선자치가 시작된 뒤 줄곧 관료 출신이 당선됐다. 신구범 김태환 전 지사, 우근민 현 지사 등 3명이 번갈아 선거에 승리해 지사직을 맡아왔다. 이 때문에 지역 공직사회는 물론이고 제주공동체가 사분오열로 갈라졌다. ‘그들만의 싸움’에 진저리를 치던 제주지역은 ‘싱싱한 젊은 피 수혈’을 갈망했고, 이때 원희룡 전 국회의원이 나타났다.

원 제주지사 당선자는 1982학년도 학력고사 전국 수석, 서울대 법과대학 수석 입학에 이어 1992년 사법시험 수석 합격이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갖고 있다. 제주지역에서 ‘원희룡’ 이름 석 자는 젊은이에게 선망의 대상이었고 40대 이상에게는 ‘제주 자랑’의 상징이었다. 국회의원 3선을 거쳐 대통령 후보 경선,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나설 때에는 애정 어린 지지를 보내기도 했다.

원 당선자는 “이념과 세대의 차이, 계층과 지역의 이해를 뛰어넘는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선거 당시 경쟁자였던 상대 후보를 새 도정 준비위원장으로 영입했다. 야당 측과 정책, 인사 등에서 폭넓은 협력정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원 당선자는 “제주도는 그동안 역량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고 심하게 분열됐다. 이제 대한민국 1%의 단결부터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지사#원희룡#관료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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