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징용자에 보상-사죄… 새로운 한일협정 체결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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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미쓰 겐 日 전후보상네트워크 대표
“日 보상회피는 1965년 협정 탓… 한국정부, 정교하고 끈질긴 협상을”

“1965년 한일협정을 대체할 새로운 협정이 필요합니다.”

아리미쓰 겐(有光健·63·사진) 일본 전후보상네트워크 대표는 “한일협정 체결 50주년과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인 내년을 잘 활용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후보상네트워크는 2차대전 당시 피해를 본 일본 내 외국인의 보상을 지원하는 시민단체의 연합체로 1992년에 설립됐다. 동북아역사재단 주최로 20일 열린 ‘한일협정 50년사의 재조명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한 그를 19일 만났다.

“이 기회에 일본이 ‘식민지배 배상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주장하는 근거인 한일협정을 대체해야 합니다. 한국인 위안부와 징용자, 피폭자, B·C급 전범 유골 반환, 문화재 반환을 포괄하는 조약에 준하는 수준의 새로운 협정이 필요합니다. 미래만 강조하고 정작 과거사는 도외시해 실패로 끝난 1998년 한일 공동선언을 대체해 과거와 미래를 함께 중시하겠다는 선언을 양국 정상이 발표하고 그 의미에 대해 국민에게 이해도 구해야 합니다.”

전후 배상 재원 마련 방식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했다. “‘여성을 위한 아시아 평화국민기금(아시아여성기금)’처럼 정부가 민간 뒤에 숨는 불성실한 모습은 안 됩니다. 정부가 먼저 나서고 경제계를 설득해야지요. 일본 정부가 (정부 주도로 조성된) 독일의 전후 배상 기금 사례에서 교훈을 얻었으면 합니다.”

그는 20일 발표한 ‘일본의 전후 보상의 현황과 국가관행의 문제점’이란 발표문에서 한국인 위안부나 징용자가 일본 정부 및 기업을 상대로 일본 사법부에 제기한 재판이 상급심에선 번번이 패소하는 원인을 분석했다.

“보수적 일본 판사들이 ‘개인청구권은 1965년 한일협정 체결로 모두 소멸됐다’는 일본 정부 입장을 추종한 판결을 내리고 있습니다. 간혹 하급심에서 피해자가 승소해도 상급심에서 결과가 뒤집어지는 일이 다반사지요.”

반면 2012년 5월 한국 대법원이 미쓰비시 중공업 등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한 한인 강제 징용자의 손을 들어준 것과 같은 한국 사법부의 적극적 판결이 한국 정부가 개인청구권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2005년 한일회담 협상 문서 공개가 한국 사법부의 적극적 판결의 계기가 됐지요. 일본의 변화로 이어지려면 한국 정부가 더욱 정교하고 끈질기게 일본과의 협상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그는 양국 재판부의 이 같은 판결 차이의 근본 원인을 일본 국민의 역사의식 부재에서 찾았다. “일본인 대부분은 과거 아시아 침략과 점령 역사를 모릅니다.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으니까요. 이 때문에 일본이 가해자란 의식도 반성도 없습니다. 이는 ‘전후 보상’ 문제 해결에 대한 국가 의사의 결여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본 정치권의 리더십과 언행에는 실망을 나타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발표한 고노 담화 검증 보고서도 결국 ‘일본유신회’ 같은 우익세력의 비판에 조응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고노 담화의 본론을 뒤집을 수는 없으니 담화가 만들어진 과정이 졸속이었던 것처럼 비치게 하고 싶은 것이죠.”

최근 논란이 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측에 사과를 요구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일본 우익이 기뻐할 겁니다. ‘한국 안에서도 위안부 문제에 대해 옥신각신 이견이 있다’는 느낌을 주니까요.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위안부#아리미쓰 겐#전후보상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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