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개성공단 폐쇄때 OEM납품 한계 절감… 공동브랜드 키워갈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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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업체들 ‘시스브로’ 알리기 총력

지난해 4월 개성공단 공장들은 일제히 문을 닫았다. 북한의 폐쇄 조치에 손쓸 도리가 없었다. 90여 개 의류 회사들은 다 만든 제품들을 놔둔 채 내려와야 했다. 이들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하는 업체가 대다수다. 상품을 납품하지 못하자 원청업체들의 주문은 끊겼다. 9월 개성공단은 다시 문을 열었지만 이미 철이 지나 버린 옷은 쓸모가 없었다. 개성공단 기업을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롯데마트에서는 개성공단 기업들의 제품을 모아 특별전을 열기도 했다. 효과는 미비했다.

“행사를 열었는데 막상 상품을 내놓을 기업이 없는 거예요. 기업들이 대부분 OEM 납품만 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때 절감했습니다. 우리의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고.”(개성공단 입주기업 ‘나인’ 이희건 대표)

절실함은 올해 4월 첫 결실로 이어졌다. 나인을 비롯해 대일섬유(셔츠 바지), 디엠에프(청바지 면바지), 성화물산(양말) 등 개성공단 의류업체 4곳이 힘을 모아 공동 브랜드 ‘시스브로(SISBRO)’를 내놓은 것. Sister(자매)와 Brother(형제)를 합친 말로 남과 북이 한 형제자매란 의미에서 나왔다.

아직 시스브로 제품을 살 수 있는 곳은 없다. 업체들은 현재 판로 개척을 위해 분투 중이다. 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롯데마트 잠실점에서 열린 품평회도 그런 자리였다.

“과거 개성상인은 한반도에서 만들어진 최초의 공동 브랜드였습니다. 그 전통을 잇는다는 각오로 개성공단의 ‘시스브로’를 키울 것입니다.”

시스브로 업체 4곳이 납품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고가 브랜드다. 품질은 이미 검증을 받은 셈. 품평회에 참석한 바이어들도 품질에 대해서는 만족감을 나타냈다. 시스브로는 10월부터 롯데마트에 납품할 예정이다. 롯데마트는 시스브로와 자체브랜드(PB) 상품 계약도 고려 중이다. 9월에는 홈쇼핑 판매도 시작된다.

물론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결정적 기회를 잡는 것도 중요하다. 9, 10월 열리는 인천 아시아경기가 대표적이다. 이 대회에는 북한 선수단이 참가한다. 여기에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 때 큰 화제였던 미녀 응원단이 올 수도 있다. 그들에게 시스브로 옷을 입힌다면 아시아 전체에 브랜드를 알리게 된다. 한국은 물론이고 가장 큰 수출 시장으로 잡고 있는 중국에도 브랜드를 각인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개성공단 의류업체#OEM#시스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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