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때문에 밥줄 끊길라”… 지구촌 택시기사들 뿔났다

콜택시와 비슷한 모바일 카풀제… 택시면허 없이 개인이 영업 가능
나라별 대응 “허용” “금지” 엇갈려… “수억 들어간 면허 휴지조각될 판”
英-伊-獨 등 유럽전역 항의 파업… 한국은 운수사업법 위반 검찰고발

차량 공유 애플리케이션(앱)인 ‘우버(Uber)’에 항의하는 택시업계의 파업이 유럽을 넘어 전 세계로 번질 조짐을 보인다. 모바일 카풀제인 우버는 공유경제의 기대주로 당초 이 논란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우버가 택시업계와 심각한 갈등을 빚으면서 글로벌 이슈로 떠올랐다.

11일 영국 런던, 이탈리아 밀라노, 독일 베를린, 스페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등 유럽 주요 도시에서 영업하는 택시 기사들이 우버에 항의해 파업을 벌이면서 곳곳에서 교통 혼잡이 일어났다. 프랑스 파리는 철도 기관사들의 파업까지 겹치면서 교통 사정이 더욱 심각해졌다.

2009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우버 서비스가 처음 등장한 미국에서도 택시 기사들이 조직적인 반발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카고의 택시 기사들이 우버에 반발해 노조 결성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필라델피아 마이애미 휴스턴 오스틴 등 전국적 차원의 택시 노조 결성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보도했다. 심지어 월드컵을 하루 앞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도 관련 시위가 이어졌다. 한국에서는 서울시가 우버의 수수료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이라며 지난해 9월 한국지사를 고발해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현재 세계 37개국 128개 도시에서 이용되는 우버는 쉽게 차를 이용할 수 있어 대표적인 공유경제 앱으로 평가받는다. 최근 투자 유치에서 당초 예상된 5억 달러를 넘는 12억 달러(약 1조2212억 원)를 끌어왔을 정도로 정보기술(IT) 분야의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자가용 운전자가 면허 없이도 사실상 택시처럼 영업할 수 있다는 점이 논란을 불러왔다.

택시 기사들은 우버가 일자리를 뺏는 것은 물론이고 거액을 들여 딴 택시 면허증을 무용지물로 만든다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택시 기사들의 우버 반대 시위가 처음 일어난 밀라노에서 택시 면허를 받으려면 최대 16만 유로(약 2억2000만 원)가 든다. 프랑스에서도 택시 면허를 따려면 24만 유로(약 3억3000만 원)가 필요하다.

이번 논란은 공유경제의 편리함을 인정해야 한다는 긍정론과 기존 법규에 어긋나는 서비스라는 비판이 엇갈리면서 각국의 대응도 제각각이다. 벨기에 브뤼셀법원은 올 4월 우버 서비스에 금지 명령을 내리고 적발되면 1만 유로(약 1400만 원)의 벌금을 물리기로 했다. 독일 베를린도 당국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반면 시카고 시의회는 지난달 30일 대중교통 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시민들에게 편리한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영업을 인정했다.

:: 우버 ::

앱으로 차량을 요청하면 고급 세단이 와서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 줘 콜택시에 가깝다. 앱 설치 때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해야 해 비용 결제 과정이 없다. 영수증은 가입 때 등록한 e메일로 전송된다. 비용은 현행 택시보다 두 배 정도 비싸다.

앱을 열면 지도에 사용자 위치가 표시되고 차를 부르면 기사 얼굴과 다른 승객들의 평점, 차종, 차량번호 등의 정보가 나온다. 기사도 사용자의 평점을 매긴다. 계속 나쁜 평점을 받으면 이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게 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