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숙의 ‘올리브 공동 植樹’… 중동평화에 새 빛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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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바티칸서 중동평화 기도회… “평화정착, 전쟁보다 큰 용기 필요”
美중재 이-팔회담 결렬뒤 성사… 협상 재가동 위한 촉매제 기대

중동평화회담이 결렬된 지 3주 만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지도자가 바티칸에서 만나 포옹했다. ‘중동의 화약고’인 양측 최고급 지도자 간 회동은 매우 이례적인 데다 국제적으로 명망이 높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중재로 성사된 자리여서 재협상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8일 바티칸 정원에서 만난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과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로 이마를 맞대고 포옹했다. 교황은 “평화 정착이 전쟁보다 더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고 역설했고 중동평화 기원 기도회 뒤에는 평화의 상징인 올리브나무를 함께 심었다.

바티칸 측은 “즉각적 (재)협상 돌파구가 마련된 것은 아니다”며 정치적인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외신들은 미국 주도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회담이 최근 결렬된 가운데 이뤄진 이번 기도회에 대해 “1993년 오슬로 평화협정 체결 이후에 진행된 것 가운데 매우 의미 있는 행사”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한발 더 나가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이날 교황이 이끌어 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도자 간의 ‘포옹’은 “협상 재가동을 위한 촉매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배경 5가지를 소개했다.

첫째는 교황, 페레스, 압바스 ‘3총사(band of three)’ 간의 시너지다. 페레스 대통령이나 압바스 수반은 국민의 신뢰가 두터운 원로들인 데다 상호 신뢰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황의 국제적이고 도덕적인 위상 또한 평화협상 중재자로서 최적의 자격을 갖추고 있다.

세 명 모두 반대 여론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에 맞설 수 있는 결단력의 소유자라는 점도 고무적이다. 압바스 수반은 2012년 11월 자신이 유년기를 보낸 사페드 지역이 이스라엘 영토가 된 만큼 현실적으로 돌아가기 어렵다고 말해 ‘귀환권(right to return)’을 주장해온 강경 팔레스타인인의 반발을 샀다. 페레스 대통령은 이스라엘 내 강경파가 주도하는 요르단 강 서안 지구 추가 건설을 “평화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맹공해 강경파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또 △세 지도자 모두 평화 정착을 위한 현실적인 목표의식을 갖고 있고 △양측 국민의 강한 평화협상 열망을 의식하고 있으며 △기도회가 열린 8일이 유대교의 ‘오순절’(그해 처음 추수한 벼와 밀을 유일신에게 바치는 유대인의 절기) 직후이자 그리스도교의 ‘성령강림대축일’(부활절 후 50일 되는 날)이라는 상징성도 고무적인 배경이라고 포린어페어스는 덧붙였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이스라엘#팔레스탄#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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