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지구촌 축구전쟁… ‘월드컵 애국심’ 어디서 나온걸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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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족 정체성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운동장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경기장에서 전통적 민족 스타일을 기대하거나 심지어 요구하기도 한다.―대중문화와 일상, 그리고 민족 정체성(팀 에덴서·이후·2008년) 》

2014 브라질 월드컵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한동안 월드컵 마케팅을 자제해 왔던 광고주들은 월드컵이 목전에 다다르자 앞다퉈 ‘대한민국 파이팅’을 외치며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을 보며 국민들이 함께 눈물 흘리고 똘똘 뭉쳐 얼싸안는 것이 광고의 주된 내용이다. 이 같은 분위기 탓인지 평소 해외로 이민 가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지인도 월드컵만 열리면 열혈 애국청년으로 변신한다.

월드컵은 세계화에 가장 성공한 행사 중 하나다. 동시에 폐쇄적 민족 정체성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행사이기도 하다. 한때 세계화는 민족을 사라지게 만들 것이라는 견해가 힘을 받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가장 세계화된 행사가 민족주의를 가장 강하게 발현시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 책의 저자 팀 에덴서는 오히려 세계화로 민족 정체성을 설명한다. 세계화와 민족 정체성은 서로 뒤엉켜 상호 진행되며 스포츠 축제, 영화, 의상 등 일상의 삶 속에 민족이 표현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경관, 퍼포먼스, 물질 등 일상생활의 3가지 영역이 민족 정체성을 만든다고 정리한다. 한국을 예로 들자면 한옥으로 대변되는 민족적 경관, 종묘제례로 표현되는 전통 퍼포먼스, 김치라는 물질로 한국의 민족 정체성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단일민족, 한 핏줄이라는 관념이 강한 한국인들은 민족이 만들어졌다는 데 선뜻 동의하기 힘들 것이다. 실제로 일부 인류학자들은 한국과 일본, 태국만큼은 만들어진 민족이 아닌 지켜져 온 민족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월드컵만 되면 강요받는 ‘대한민국 파이팅’을 보면 민족이라는 개념이 나도 모르게 일상생활에서 재구성되고 있다는 것이 틀린 말은 아닌 듯싶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월드컵#애국심#지구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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