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에 심기불편한 오바마, 회담 거절… 5분간 선 채 대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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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北 돌출행보에 거부감 드러내

4, 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두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타진했지만 거절당했다. 두 정상은 겨우 5분간 서서 대화를 나눴을 뿐이다. 최근 일본의 행보에 대한 미국의 거부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6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3일 브뤼셀에 도착했다. 다음 날 저녁에 열리는 정상회의까지 남은 시간을 활용해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조율했지만 미국이 응하지 않았다. 결국 두 정상은 회의 도중 서서 얘기를 나눠야 했다. 납북자를 재조사하기로 한 북한과의 합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을 화제로 올렸지만 제대로 된 논의를 할 수 없었다.

일본 외무성 당국자는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측에 회담을 타진했으나 일정을 조절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4월에 미일 정상회담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최근 국제공조의 틀을 깨고 러시아 및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선 일본에 대한 미국의 불편한 심기가 표출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은 5일 G7 정상회의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의 제재로 러시아 경제가 타격을 입고 있다. 러시아가 도발을 계속한다면 G7은 추가적인 대가를 지불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상회의 내내 미국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를 강하게 몰아붙였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이날 별도의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여러 문제에 건설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대화를 계속하고 싶다”고 말해 오바마 대통령과 온도차를 보였다.

더구나 일본은 최근 미국의 제재 대상자 중 한 명으로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세르게이 나리슈킨 러시아 하원의장의 일본 방문을 허용했다. 쿠릴 열도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반환 논의, 러시아와 중국의 협력 경계 등을 위해 일정 수준 러시아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북-일 국장급 협의에서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할 수 없다”고 밝혔는데도 북-일 합의를 강행한 것도 오바마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을 가능성이 크다. 일본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일 공조를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러시아, 북한 문제에서 자국의 이익에만 집착한다면 미일 관계는 계속 삐걱거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오바마#아베#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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