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 점심 메뉴요? 숯불양념갈비-갈비탕 준비해야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8월 교황방한 성사 주역 유흥식 천주교 대전교구장

은발과 시원한 웃음, 몸에 밴 겸손과 친화력이 잘 알려진 천주교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 그는 “대한민국이 어려울 때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문하는 것은 하느님께서 분명 그분을 통해 큰 변화를 주시려고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천주교대전교구 제공
은발과 시원한 웃음, 몸에 밴 겸손과 친화력이 잘 알려진 천주교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 그는 “대한민국이 어려울 때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문하는 것은 하느님께서 분명 그분을 통해 큰 변화를 주시려고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천주교대전교구 제공
“교황님 점심 메뉴요? 숯불 양념 갈비가 유력한 후보예요.”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를 유치한 뒤 프란치스코 교황의 8월 한국 방문을 이끌어낸 주역으로 꼽히는 유흥식 주교(63)를 2일 대전교구청에서 만났다. 교황에 대한 그의 기억과 애정은 예상보다 훨씬 촘촘했다. 그는 “교황님 방한이 정확히 73일 남았다” “지난해 3월 13일 선출되셨으니, 오늘로 1년 2개월 19일 됐다”고 했다.

―8월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을 앞두고 어떤 준비를 하고 있습니까.

“교황님이 짧은 시간에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아이콘이 된 것은 인간에 대한 사랑을 얘기하는 말과 행동이 똑같기 때문입니다. 방한을 기다리며 교황님을 닮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임 베네딕토 16세의 생존 중 퇴임은 지난해 큰 화제였습니다.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이 중동 방문을 마치고 로마로 가는 비행기에서 ‘베네딕토 16세처럼 살아서 은퇴하겠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해요. 그랬더니 교황께서 전임 교황이 은퇴 교황에 대한 모범을 주셨다고 답변했답니다. 이 말로 충분한 설명이 되죠.”

―세계대회도 아닌 아시아대회에 교황의 참석은 의외 아닌가요.

“대전교구 순교자가 한국 가톨릭 전체 순교자의 3분의 1이나 돼요. 교황님의 한국과 청년들에 대한 깊은 관심, 간곡한 노력이 방한 성사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대전교구는 시복식이 진행되는 서울대교구와 함께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후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 지역이다. 유 주교는 교황에게 보낸 편지와 뒷얘기도 밝혔다. “순교자들은 믿음과 삶이 똑같았던 분들입니다. … 한 줄 띄우고, (방한하셔서) 아시아 청년대회에서 참석하셔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순교자의 믿음과 삶, 평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다시 한 줄 띄우고… (웃음).”

―4월 교황을 단독으로 면담했습니다.

“그때 한국에 오실 줄 정말 몰랐다고 했더니 교황께서 웃으며 ‘주교님, 내게 편지 썼잖아. 주교님 편지 읽으면서 난 한국에 가야 한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소리를 들었다’고 하시더군요.”

―교황청 방문이 세월호 참사 이후였다.

“참사를 알고 한국을 떠났는데 10일 뒤 귀국했을 때 한국의 모습이 꽤 달라보였습니다. 당시 교황께 한국 젊은이들 보러 오시는데, 가장 귀한 젊은이들 300여 명이 희생됐다, 하느님께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따지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교황께서 깊은 슬픔을 표시하셨죠. 나중에 세월호 관련 애도 메시지와 트위터를 통해 기도하자는 글이 떴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내면적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황금만능주의와 이기주의, 무책임….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저도 놀랐고 많은 사람들도 놀랐습니다. 돈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사람 다음이죠.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어요. 하나도 못 가져가니까.”

―교황 숙소는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의 주한 교황청 대사관이고, 식사도 대부분 내부에서 간소하게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전교구에서는 8월 15일 아시아청년대회 대표, 17일 아시아 주교님들과의 점심이 있을 것 같습니다.”

―메뉴는요?

“글쎄, 워낙 검소한 생활이 몸에 밴 분이라. 해외순례 일정 책임자인 알베르토 가스바리 박사가 2월 사전 조사를 위해 방한했어요. 그때 숯불 양념 갈비는 밖에서 드셔도 좋을 것 같다고 하더군요. 당면이 들어간 갈비탕과 밥도 괜찮은 것 같고….”

―평소 좋아하시는 말씀을 부탁합니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사도행전), 주님이 세상에 오셔서 하신 일은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것을 몸소 보여주신 겁니다. 라틴어로 ‘네모 다트 쿠오드 논 하베트(Nemo dat quod non habet·자기가 가지지 않은 것은 남에게 줄 수 없다)란 말도 있어요. 스스로 불행하게 여기는 사람은 남들에게 불행과 신경질밖에 줄 수 없습니다. 먼저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해 행복하게 여겨야 남에게도 그것을 줄 수 있습니다.”

대전=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프란치스코교황#유흥식주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