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시너지 안 따지고… 문화예술단체 주먹구구식 통합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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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명동예술극장 6월 통합案 부처간 이견으로 무산

명동예술극장(아래 사진)에서 국립극단이 공연한 연극 ‘키친’. 문화체육관광부는 6월 내로 두 기관을 합치려 했지만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통합이 불투명해졌다. 동아일보DB
명동예술극장(아래 사진)에서 국립극단이 공연한 연극 ‘키친’. 문화체육관광부는 6월 내로 두 기관을 합치려 했지만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통합이 불투명해졌다. 동아일보DB
6월로 예정됐던 국립극단과 명동예술극장의 통합이 부처 간 이견으로 제동이 걸렸다. 이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먹구구식’으로 문화예술단체의 통합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일 문체부와 공연계에 따르면 6월 통합 예정이던 국립극단과 명동예술극장의 통합안이 기획재정부의 ‘보류’ 결정으로 무산됐다.

문체부는 지난해 말부터 “서울 용산구 서계동에 있는 국립극단과 중구 명동에 있는 명동예술극장을 6월경 ‘재단법인 국립극단’으로 통합하겠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정부 부처나 산하 기관이 통합하려면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재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하는데 기재부에서 지난달 안건 상정 자체에 반대했다.

기재부 측은 “국립극단이 극장 자체를 소유해 버리면 별 고민 없이 너무 쉽게 공연을 무대에 올릴 수 있다. 오히려 창작 연극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 또 국립발레단, 국립합창단 등 다른 단체는 극장을 소유하고 있지 않아 형평성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문체부는 일단 통합안을 보완해 하반기에 다시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안건 상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기재부 담당자는 “두 기관 통합의 시너지가 특별히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하반기에 다시 안건으로 올려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문체부가 추진한 통합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문화예술계는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국립극단 관계자는 “당초 6월까지 통합을 마무리한다고 해서 두 기관 관계자들이 회의도 하고, 인력 채용도 미뤘는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의 문화예술정책 키워드인 ‘통합’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지난달 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 한국공연예술센터(한팩), 국립예술자료원이 분리된 지 4년 만에 재통합돼 논란이 됐다. 당초 한팩과 예술자료원은 예술위 소속이었지만 전문성을 갖춘 독립기구로 성장시킨다는 명분하에 2010년 이명박 정부 때 분리됐다.

하지만 조직 분리 후 예술위 소유인 대학로예술극장의 운영을 한팩이 맡으면서 소유자와 운영자가 분리됐다. 당초 예술위는 극장 운영과 관련한 재산세 면제 혜택을 받았다. 공공극장 운영사업은 문화 고유목적사업으로 분류되기 때문. 하지만 한팩이 극장 운영을 맡자 세무당국은 “소유자가 직접 극장을 운영해야 한다”며 3년 치 추징 세금 42억 원을 부과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 세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결국 재통합이 된 셈이다. 공연계 관계자는 “정부가 문화예술기관의 정체성이나 성격을 제대로 연구하지 않고 섣불리 통합한다”고 비판했다.

향후 다른 문화예술 단체, 기관의 통합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는 국립극단과 명동예술극장 통합 외에 국립오페라단의 서울 예술의전당 편입도 추진하고 있다. 문체부 김정훈 공연전통예술과장은 “여러 문화예술 관련 기관, 단체를 전체적으로 보면서 통합안을 보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국립극단#명동예술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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