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이 책, 이 저자]‘도시 인간학’ 펴낸 김성도 고려대 교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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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학적 시선으로 보면 서울은 치매에 걸린 도시”

“도시에 대한 애정이 막연한 감정에 그쳐선 곤란합니다. 서울은 역사에 비해 공간에 대한 연구서가 턱없이 부족한 도시예요.” 김성도 교수는 새로 펴낸 ‘도시 인간학’에서 도시 공간을 바라보는 인문학적 프레임을 풍성하게 제시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도시에 대한 애정이 막연한 감정에 그쳐선 곤란합니다. 서울은 역사에 비해 공간에 대한 연구서가 턱없이 부족한 도시예요.” 김성도 교수는 새로 펴낸 ‘도시 인간학’에서 도시 공간을 바라보는 인문학적 프레임을 풍성하게 제시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솔직히 좀 두렵다.”

최근 출간한 ‘도시 인간학: 도시 공간의 통합 기호학적 연구’는 ‘건축’ 분야로 묶인 책이다. 저자는 김성도 고려대 언어학과 교수(51). 기원전의 철학자 플라톤부터 현대의 스타 건축가 렘 콜하스까지 도시 공간에 대해 고민한 지식인의 말과 글을 촘촘히 찾아 엮었다. 21일 오후 만난 김 교수는 “전공 밖 주제에 대한 책에 ‘네가 뭘 안다고’ 하는 시선이 던져지지 않을까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언제부터 도시 공간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 중이던 25년 전 늦가을 토요일이었다. 여느 날처럼 저녁 산책을 나섰다. 강을 끼고 걷는, 날마다 밟은 길이었는데 그날 처음으로 ‘한 도시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탄식이 나왔다. 재생 불가능한 경험이다.”

―학업에 쫓겨 주변을 돌아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탓일까.

“그것도 있겠지만 공간을 바라보고 읽고 이해하는 교육을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한다. 서울 토박이인데 서울이라는 도시 공간을 눈여겨 뜯어볼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고 살았다. 심드렁하게 생각했던 종묘를 다시 보게 된 것도 1994년 한국을 찾은 마나르 하마드 파리3대학 건축학과 교수의 통역을 맡아 안내하면서 새삼 그 가치를 느끼게 된 덕분이었다.”

―저자 스스로의 사고체계에서 찾은 결핍을 채우려는 노력의 기록처럼 읽힌다. 도시 공간을 개념화해 바라보는 프레임으로 유기체, 예술작품, 기계, 텍스트 같은 8개의 은유적 모델을 제시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이 책은 특정 도시에 대한 가치평가를 다루지 않았다. 기호학적 시선으로 도시 공간의 의미를 찾아보고자 했다. 도시기호학은 1980년대에 출현했지만 곧바로 명맥이 끊어졌다. 하지만 도시화는 지구 위 모든 인류의 보편적 생활방식이다. 인간을 이해하려면 도시 공간을 인문학적으로 바라보는 사고의 틀이 꼭 필요하다. 원래 제목은 ‘도시인문사상사’였는데 출판사에서 반대해 바꿨다. 한국 학계에선 ‘사상’이라는 단어가 죽어버렸다. 인문학적 지성에 대한 역사적 인식이 희미해진 결과다. 애석한 일이다.”

―도시 공간의 가치라는 건 결국 그 도시를 구성하는 사람들에 의해 결정되는 것 아닐까.

“동의한다. 인간이 도시를 만들고 그 도시가 다시 인간을 만든다. 어느 도시에 살고 있다는 사실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는 중요한 요소다. 도시 공간에 대해 공학적이고 기능적인 영역을 뛰어넘는 사유가 필요한 이유다. 말을 배워 깨치듯, 공간과 도시를 바라보고 읽는 법에 대해서도 어릴 때부터 배워야 한다.”

―결국 광범위한 학문 영역의 적극적 교류가 필요해 보인다.

“건축학자, 건축가들에게 책을 보내 의견을 듣고 싶다. ‘네가 뭘 안다고’ 시선이 부담되긴 하지만 어떻게든 돌파해야 할 과제다. 서울은 치매에 걸린 도시다. 시간이 쌓이는 공간이 남아나질 않는다. 아파트에서만 자란 사람들이 어떤 도시를 만들 수 있을까. 교육이 유일한 희망이다. 앞으로 한 세대 정도의 시간이, 정말 중요하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도시 인간학#김성#김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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