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돈보따리 외교’… 에어버스 11조원어치 구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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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프랑스 국빈방문 맞춰 푸조 지분 인수-헬기 공동생산도
수교 50년 佛에 총180억 유로 선물

중국은 시진핑(習近平·사진) 국가주석의 프랑스 방문에 맞춰 26일 102억 달러(약 10조9375억 원) 규모의 여객기 70대 구매 계약을 에어버스와 맺는 ‘통 큰 구매 외교’를 과시했다. 시 주석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뒤 올해 수교 50년을 맞아 ‘전면적 전략관계의 새 시대를 연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중국은 러시아의 크림 반도 합병을 둘러싸고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특수 이익을 존중함으로써 미국 및 서방 유럽국과 의견을 달리했다. 하지만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에 해당하는 구매 외교를 활용해 ‘외교 이견, 경제 협력’이라는 이중적 접근법을 구사하고 있다. 이어질 독일 방문에서 중국이 발표할 경제협력 방향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국은 이날 에어버스 A320 43대를 새로 구입하기로 했다. 협의가 중단된 A330 27대 구매도 다시 진행키로 했다. 중국은 유럽연합(EU)이 회원국 공항 사용 여객기에 대해 배기가스 배출비를 부과키로 한 데 반발해 에어버스 구매를 중단한 바 있다. 이번 구매 규모는 에어버스 A330 새 모델과 150대의 제트기 등을 포함해 2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던 당초 예상보다는 적은 규모라고 차이나데일리가 27일 전했다.

에어버스는 중국항공공업그룹과 20년간 1000대의 EC-175 헬리콥터를 공동 생산하기로 했다. 계약금액은 80억 달러다. 양국은 또 2009년부터 시작한 톈진(天津) 에어버스 항공기 조립 합작기간을 2016년에서 2025년으로 연장하는 데도 합의했다.

중국 둥펑(東風) 자동차는 유럽 2위의 자동차 업체인 PSA 푸조 시트로엥의 지분 14%를 11억 유로(약 1조6246억 원)에 인수키로 하고 계약서에 서명했다. 자금난에 시달리던 푸조 시트로엥은 덕분에 한숨 돌리게 됐다.

올랑드 대통령은 26일 파리 엘리제궁(대통령실)에서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국이 50개의 계약을 체결했는데 총 180억 유로에 이른다”고 밝혔다.

중국 지도자들이 유럽을 방문할 때면 종종 대규모 구매 계약이 체결되곤 했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은 2010년 11월 프랑스를 방문해 에어버스 102대 등 200억 달러가량의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도 부총리 시절인 2011년 11월 스페인 독일 영국을 순방하면서 200억 달러가량의 구매 계약을 했다.

한편 양국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이란 북한 중동 아프가니스탄 우크라이나 등 국제 및 지역 핫이슈를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양국은 세계 다극화를 공동으로 추진하고 민주적 협상으로 국제사회의 규칙을 세워 나가기로 했다.

27일까지 프랑스를 방문한 시 주석은 파리에 앞서 25일 첫 방문지로 중국과 인연이 깊은 리옹을 찾았다. 리옹은 덩샤오핑(鄧小平)과 저우언라이(周恩來) 등 지도자들이 1920년대 유학했던 도시다.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는 1921년 설립된 리옹 중법대를 찾아 선배 지도자들의 발자취가 담긴 흔적을 둘러봤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시진핑#에어버스#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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