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행위로 자살 육군병사… 조의금까지 가로챈 여단장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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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 관련자 처벌-순직처리 권고
유족 동의없이 부의함 열어 돈 꺼내… 헌병대-기무반장에 격려비 지급도
2011년 당시엔 ‘우울증 사망’ 결론

현역 대령이 여단장 시절 가혹행위로 사망한 부하 병사의 조의금까지 가로챈 사실이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 드러났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7일 “2011년 12월 경기도에 있는 모 사단에서 자살한 김모 일병(당시 20세)의 조의금 300여만 원을 유족의 동의 없이 꺼내 헌병대와 기무반장에 격려비로 나눠준 여단장 등 관련자 3명을 징계하라고 육군참모총장에게 권고했다”고 밝혔다. A 대령은 현재 경기도내 다른 부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대령의 행위가 밝혀진 것은 김 일병의 아버지가 지난해 4월 “아들이 부대 내 가혹행위에 못 이겨 자살했다”며 제기한 국가배상 소송 과정에서 나온 문건이 단초가 됐다. 조의금이 유족에게 전달되지 않았는데도 이 돈을 유족에게 줬다는 군 내부 문서가 발견된 것.

김 일병 아버지는 국민권익위원회에 누가 조의금을 가져갔는지 민원을 제기했다. 조사 결과 당시 인사담당관이 유족의 동의 없이 장례식 부의함을 열어 여단장의 지시에 따라 헌병대(20만 원)와 기무반장(10만 원) 등에게 격려비를 지급된 사실이 드러났다.

권익위는 김 일병을 순직 처리할 것도 육군에 권고했다. 당초 군 헌병대는 김 일병의 사인이 가혹행위 탓이 아니라 평소 앓고 있던 우울증 증세가 악화된 탓이라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지난해 3월 김 일병과 함께 복무했던 한 병사가 전역 후 인터넷에 “나는 살인을 방관했고, 나 또한 살인자”라는 글을 올렸고, 김 일병 아버지는 이 전역 병사의 도움을 받아 군대 내 가혹행위와 관련한 증언을 확보했다. 김 일병 아버지는 지난해 4월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해 아들이 가혹행위로 사망했다는 법원의 판결을 받아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가혹행위#자살 육군병사#조의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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