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한국사 속의 꼬리별… 한발 한발 풀리는 비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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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혜성 이야기/안상현 지음/320쪽·1만8000원/사이언스북스

먼 옛날도 아니다. 우리 선조들은 별자리를 보고 길흉화복을 점쳤다. 그저 민간에서 유행하는 풍습도 아니었다. 조선 말기까지도 버젓이 관상감(觀象監)이란 관청이 존속했다. 주 업무야 천문 관측과 책력 작성 같은 과학적 분야였으나, 이를 바탕으로 풍수를 살피고 점괘를 내놓는 일도 맡았다. 그런 선인들에게 이따금 나타나는 혜성은 어떤 의미를 지녔을까.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인 저자는 이공계 과학자면서도 역사와 한문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사료를 활용해 당대의 우주 현상을 과학적으로 풀이하는 ‘역사 천문학’에 오랫동안 매료됐다. 2005년 전작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별자리’를 통해 개밥바라기나 좀생이별을 비롯한 우리 별 이야기를 풀어내더니, 이번엔 혜성에 초점을 맞췄다.

한국사에서 혜성과 관련된 첫 기록은 사마천의 ‘사기’에 등장한다. 안타깝게도 한나라가 옛 조선을 침범했을 때였다. “조선을 공격할 때 혜성이 나타났다. … 점괘가 ‘남수(南戍·남쪽을 지키는 별자리)는 월문(越門)이고, 북수(北戍)는 호문(胡門)이다’라고 했다. 조선은 바다 건너 있으니 넘는(越) 형세이고, 북방에 있으니 호(胡·오랑캐)의 지역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혜성은 워낙 이질적인지라 불길하게 읽히는 경우가 많았다. 신라 진평왕 때 나타난 혜성은 왜구 침략을 알리는 전조라 했고, 조선 순조 11년(1811년) 홍경래가 이끈 반란군은 혜성 출현에 반역의 정당성을 부여했다. 남이 장군(1441∼1468)도 혜성을 언급했다가 역모 혐의를 뒤집어썼다. 저자는 이 같은 한국사와 함께 당시 서양 과학사도 솜씨 좋게 버무려 역사와 과학을 넘나드는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를 풀어낸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우리 혜성 이야기#혜성#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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