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노 이고르 “기억 속의 장면-냄새 떠올리며 몸짓으로 풀어냅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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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찾은 세계 정상 발레리노 이고르 콜브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21∼23일 UBC 30주년 공연 출연

장난기 가득한 표정의 이고르 콜브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한국에 도착한 당일인 17일 인터뷰했지만 그는 피곤한 기색 없이 거꾸로 혹은 U자형으로 매달리며 다양한 포즈를 취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장난기 가득한 표정의 이고르 콜브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한국에 도착한 당일인 17일 인터뷰했지만 그는 피곤한 기색 없이 거꾸로 혹은 U자형으로 매달리며 다양한 포즈를 취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맡은 역할을 자기만의 색깔로 정교하게 표현하는 세계 정상의 발레리노.

이고르 콜브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37)다.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발레단(UBC)에서 17일 그를 만났다. 콜브는 21∼2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UBC의 창단 30주년 기념 스페셜 갈라 공연에 출연해 ‘라 바야데르’와 현대무용 ‘솔로’의 하이라이트를 보여준다.

벨라루스 출신인 콜브는 1996년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에 입단해 2003년 수석무용수가 됐고, 2009년에는 러시아 명예예술가(Honored Artist)로 선정됐다. 고전발레부터 현대발레까지 자유자재로 소화하는 그는 한국, 일본을 비롯해 전 세계에 두꺼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역할을 맡으면 그 인물이 어떤 스토리와 감정을 지녔을까 상상해요. 제가 경험했던 장면과 느낌, 생각 등을 떠올리죠. 어릴 적 할머니 집에 갔을 때 맡았던 냄새를 생생하게 기억해요. 그때 받은 느낌을 몸짓으로 풀어내요.”

그는 특히 발레리나들이 함께 연기하고 싶어 하는 발레리노로 꼽힌다.

“저는 엄격한 스타일이라 좋은 파트너라고 생각하지 않는데요.(웃음) 다만 듀엣으로 춤을 출 때는 두 사람이 함께 빛날 수 있도록 노력해요. 저 혼자만 돋보여서는 안 되거든요.”

고비도 있었다. 입단한 바로 다음 해인 1997년 무릎인대가 파열된 것. 1998년에 같은 곳을 또 다쳤다.

“자꾸 다치니까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스케이트 같은 취미생활도 못할 정도로 두려움이 생기더라고요. 극복할 방법은 연습뿐이었어요.”

그는 한국에서는 UBC의 ‘심청’을 인상 깊게 봤다고 말했다.

“한복을 활용한 의상이 우아하고 황홀했어요. 러시아 동화 중에 아픈 언니를 낫게 하기 위해 여동생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희생하는 얘기가 있어요. 심청을 보면서 이 동화를 떠올렸어요.”

11세 아들을 둔 그의 취미는 오래된 가구를 분해한 후 다시 조립하기.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은 다리미로 셔츠를 빡빡 눌러 다리며 스트레스를 푼다.

“오늘 연기를 잘했다고 해서 내일도 잘하리라는 보장이 없어요. 그래서 무대는 늘 저를 긴장시켜요. 끝없이 제로에서 시작하는 것, 그게 발레니까요.”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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